[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안동엽 병장에게 어머니 김영란 씨(55)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이사한 집에 네 방도 꾸몄어

2월 설, 엄마는 너무 힘들었어.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동엽이도 활짝 웃고 있어야 하는데.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던 동엽이 친구들은 그날 서로 아들 노릇 하겠다며 우리 집을 찾아왔어. 꼭 우리 동엽이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더 쓸쓸하더라. 설인데 맛있는 음식 하나 못 먹고, 엄마한테 세배 한 번 못 하고. 우리 아들 도대체 어디 갔니.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니. 엄마는 우리 동엽이 기억마저 사라질까 봐 너무 두려워. 얼마 전 서울 중랑구로 이사한 후에도 아들 방을 만들었어. 세월에 떠밀려 살고 있지만 아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봐. 결국 내가 가진 슬픔과 고통은 내가 겪어야 할 몫이겠지. 엄마는 요즘 신앙활동으로 마음을 달랜다. 매주 토요일 아빠랑 국립대전현충원 가서 동엽이를 위해 기도하면 조금 마음이 나아지거든. 엄마는 우리 동엽이가 천국에서 편안히 쉬고 있을 것이라 믿어. 언젠가 천국에서 우리 가족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줄래?

(안 병장=22, 서울, 부모, 외동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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