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박정훈 병장에게 어머니 이연화 씨(49)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그저 숨이 쉬어지니까 살지

그저 숨이 쉬어지니까 살지, 그 어떤 말로 아들을 잃은 어미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니. 요즘은 천안함 폭침 1년이라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온단다. 사실 그리 달갑지는 않아. 애써 무덤덤한 척해도 불쑥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으니까. 그 사람들은 이런 부모 마음을 모르는지. 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야.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의식적으로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신다. 가끔 아들이 생각나 견딜 수 없을 때 엄마 아빠는 현충원을 찾는단다. 불쑥 그곳을 찾아도, 정훈이 누운 곳은 늘 평화롭더구나. 조용히 아들의 비석을 만지고 바라보다 보면 마치 아들이 곁에 있는 것처럼 반가워. 1주기뿐 아니라 우리 아들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마음의 짐이지. 자식 먼저 앞세워 보낸 엄마 마음이 어떻겠니. 요즘도 엄마는 고통 속에서 살아간단다. 언젠가 꼭 다시 보자 우리 아들.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다 하자꾸나.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함께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박 병장=22, 서울, 부모, 2남 중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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