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나현민 상병에게 아버지 나재봉 씨(53)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기운 차리고 다시 일할 거야

현민아, 아빠가 바다낚시 좋아했잖아. 그런데 너 떠나보낸 뒤로는 못 가겠더라. 바다를 보면 네 생각이 나 도저히 안 되더라. 아들아, 너를 떠나보낸 지 벌써 1년이구나. 그동안 엄마는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다니고 있어. 나도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아비라는 죄의식 때문에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 네가 2009년 5월에 입대를 했으니 살았다면 곧 전역인데…. 하루가 다르게 커가던 녀석이 늠름한 군인이 돼 휴가 나왔다고 인사할 때는 우리 부부 코끝이 찡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구나. 네가 떠난 뒤로 집이 절간 같다. 네가 그리워 현충원에 가면 다른 천안함 용사 부모님들을 마주친다. 몇 가족 만나서 답답한 마음 서로 위로하고 가끔 소주도 한잔하고 그러면 마음이 그래도 나아지더라. 아빠는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구나. 그래도 이젠 기운 차려서 다시 예전에 하던 인테리어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단다. 아들아 꼭 만나자. 보고 싶다 아들아.

(나 상병=20, 서울, 부모, 2남 중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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