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용상이. 학교 다닐 때 우등상은 못 받아와도 품행상은 다 받아오던 너였는데. 네가 떠난 뒤 부대원들에게 들어보니 부대에서도 학교에서처럼 궂은일은 혼자 다 도맡아했더구나. 동기인 준영이 말로는 군대에서 회식할 때도 술을 못 이기는 아이들을 네가 일일이 다 챙겨줬다고. 그 자리도 다 치우고. 우리 아들. 집에도 참 잘했지. 군대 가서도 맏형 노릇 하겠다고 남동생 둘에게 번갈아 가며 전화해 아빠, 엄마 생일 잘 챙기라고 잔소리하던 너였는데. 정 많고 따뜻하던 큰아들이라 네 엄마는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단다. 요즘도 갑자기 방에 들어가 혼자 울곤해. 감정 조절이 아직은 힘든 거겠지. 밖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누가 자칫 아들 이야기라도 꺼내면 남몰래 집에 돌아와 눈물짓게 되더구나. 나 역시도 일에 치여 지내다가도 문득 네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는 때가 많단다. 아무리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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