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살아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우리 아들과 함께 남긴 추억들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더라. 작년 설 연휴 때 엄마랑 둘이 영화 보러 갔던 것 기억하니? 한참 즐겁게 영화 보고 온 날 밤에 네가 갑자기 끙끙 앓지 않았냐. 그땐 ‘이게 말로만 듣던 신종플루란 건가’ 싶어 걱정이 됐지. 그래서 결국 새벽에 너를 데리고 병원까지 찾아간 일도 기억이 생생하네. 작년에 네 외할머니 생신 때 처음 가족이 함께 노래방에 간 것도 기억난다. 아들과 노래방을 간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노래방만 가면 우리 재엽이 생각이 나서 엄만 지금도 노래방을 못 간단다. 엄마는 이제 현충원에 가서 너랑 네 전우들 비석 닦는 게 일과가 됐어. 이젠 전우가 아니고 가족 아니냐. 딱 한 가지 사람들에게 바라는 게 더 있다면 우리 재엽이랑 전우들을 국민들이 기억해 줬으면 하는 거다. 그게 너와 네 전우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일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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