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아, 네가 사귀던 애인이 이렇게 정도 많고 예쁜 아이인 줄은 몰랐구나. 1년이 지났는데도 기념일마다 찾아와 착한 딸이 생긴 기분이다. 우리 수민이 애인을 보니 네가 청년이 돼 있었구나 싶더라. 대학도 군대도 먼 타지로 갔었기 때문일까. 군 생활을 하면서 받은 상은 뭐가 그리 많던지. 월급 적은 걸 뻔히 아는데도 꾸준히 구호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엄마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제 엄마랑 아빠가 우리 수민이를 본받기로 했어. 사는 동안 기부도 많이 하고 더 열심히 살고, 하늘에서 지켜볼 우리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테니 수민이도 우리 위해서 불공 많이 드려 주렴. 수민이 없는 1년이 이 엄마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네 스물일곱 번째 생일이던 2월 20일 절에 가서 천도재도 지냈지.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할 네 생일이었는데, 자식을 먼저 보낸 미안함과 내 아들을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 엄마가 그렇게 하질 못했어. 미안해 수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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