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조진영 중사에게 아버지 조제천 씨(51)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네가 사준 에어컨 차마 못 켜고…

지난해 8월 무더운 여름날, 거실에 서 있는 최신형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어쩐지 시원하게 느껴지지가 않더라. 네가 하사관 임관 후 처음으로 받은 월급으로 산 그 에어컨이지. 내게 큰 선물 하겠다며 통 크게 샀었잖아. 에어컨을 보기만 해도 네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서 아무리 더워도 쉽게 켤 수가 없었다. 네 방은 그대로 뒀다. 우리 둘밖에 없어서 방 세 개 중에 두 개를 네가 썼잖아. 그 두 방 모두 아직 치우지 않았어. 그 방들을 정리하면 네가 완전히 떠나는 것이 될까 봐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해 두려는 거야. 네가 피자하고 치킨을 많이 좋아했잖아. 그래서 피자가게 유리문을 통해 네 또래 애들이 신나게 피자 먹는 모습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받기도 했어. 그런데도 가게 앞을 지나면 그때마다 또 그렇게 가게 안을 한참 쳐다보게 돼. 왠지 그 안에 네가 있을 거 같아서….

(조 중사=23, 부산, 아버지, 외동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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