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문영욱 중사에게 외삼촌 문상희 씨(57)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내가 왜 해군을 추천했는지…

네가 떠난 후로 네가 묻힌 현충원과 너희 어머니가 잠든 부산 영락공원을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 가고 있다. 26일 천안함 사고 1주기 때는 널 찾아 가야겠지. 네 어머니가 숨을 거둔 지 3년도 안 돼 너도 어머니 곁으로 떠나 버리니 너무 허전하다. 난 네 어머니가 널 데려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갑자기 뇌중풍(뇌졸중)에 걸려 쓰러진 후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널 두고 떠나면서 얼마나 네게 미안했겠니. 그래서 이제는 함께 있는 거야? 가끔 꿈에 네 어머니하고 너하고 같이 나타나. 둘이서 내게 “잘 있지요”라고 묻고는 사라진다. 네가 군대 갈 때 내가 해군을 추천했지. 내가 해군 원사로 정년퇴직해서 추천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지금은 해군에 가라고 했던 내 말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넌 그러지 말라고 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네. 그럴 때마다 소주 한 병씩 마시고 있고. 네 아버지 소식 궁금할 텐데 여전히 연락이 안 되네.

(문 중사=23, 경북 성주, 외삼촌, 외동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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