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일곱 살이 된 주한이가 요즘 부쩍 당신 이야기를 많이 해. “아빠는 주한이랑 칼싸움 잘 해줬는데.” “아빠가 흙으로 주한이 동굴도 만들어줬는데…”라고. 작년에는 ‘아빠’ 얘기만 나오면 내가 너무 우니까 당신 이야기를 잘 안 꺼내더니. 이제 주한이도 나도 당신의 부재를 조금씩 인정하게 됐나봐. 당신이 주한이를 얼마나 예뻐했는지, 지금도 생생해. 매달 조금씩 용돈 받아쓰던 사람이 어디서 돈이 났는지 돌아올 때면 늘 장난감을 싸들고 왔지. 내 인생에서 당신 없이 살았던 시간은 이제 기억도 잘 안 나. 마음이 넓던 당신은 단 한 번도 내게 짜증을 낸 적이 없었어. 난 아직도 당신이 잠깐 출동 나갔다고 생각하며 살아. 여보, 하늘에서도 우리 주한이 크는 거 잘 보고 있지? 우리 아들도 당신처럼 듬직한 남자가 될 수 있도록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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