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 현장/‘자연과 함께하는 교실’ 강화 양도초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장 담그고 바닷가 거닐며 봄 느끼고…

강화 양도초교 학생들이 19일 전통 장 담그기 체험학습을 하면서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고 있다. 양도초교 제공
강화 양도초교 학생들이 19일 전통 장 담그기 체험학습을 하면서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고 있다. 양도초교 제공
19일 서해바다와 강화 갯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인천 강화군 양도면 양도초등학교. 전교생이 23명에 불과한 양도초교에서는 이날 아주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토요 전일 학습을 이용해 ‘전통 장 담그기 수업’이 열린 것. 전통 장 담그기 수업을 위해 며칠 전 이 학교에는 충청도의 시골에서 만든 유기농 메주와 전통 옹기가 배달됐다. 장 담그기에 필요한 천일염, 마른 고추, 참숯 등 각종 재료들도 준비했다.

학생들은 조를 이뤄 처음 해 보는 체험수업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장을 어떻게 담가야 맛이 있을까’ ‘장독을 깨면 어떻게 하지’ 등 새로운 체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에 다소 들떠 있었다. 하지만 식생활 체험 담당인 임정숙 강사가 준비한 영상 자료와 강의를 통해 먹을거리의 중요성과 전통 발효음식의 우수성,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하게 알게 된 아이들은 걱정을 씻어버리고 “맛있는 장을 담그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깨끗이 씻은 메주를 조심스럽게 옹기에 넣고 소금물 농도를 맞추기 위해 계란을 띄워 보는 등 진지한 표정으로 장을 담갔다. 또 계란이 동전만큼 떴을 때가 적절한 염도라는 설명을 듣고 신기해했다. 학생들은 발갛게 말린 고추를 넣고, 참숯을 불에 달궈 옹기에 넣는 과정 등을 체험하면서 전통 장 만들기의 신기함을 몸으로 배우기도 했다.

6학년 박아영 양(12)은 “처음에는 메주 냄새가 싫었는데 자꾸 맡으니 점점 좋아졌다”며 “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들은 “메주를 씻고 소금물을 만들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체험학습과 감성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연호 교무부장은 “다음 달 말쯤에는 오늘 만든 것이 된장과 간장으로 탄생한 결과를 볼 수 있다”며 “올겨울에는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학교 급식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초교는 이와는 별도로 1년에 4회(계절별 7일간)씩 ‘숲 속 계절학교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장 담그기가 열린 19일 오전에도 수업 시작 전 전교생이 학교 주변을 산책하며 봄기운을 느끼기도 했다. 양도초교 이석인 교장은 “학생들에게 숲과 자연 등 생활체험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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