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강간 흉악범 ‘보호수용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 형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범죄자에게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을 때 판사가 형량을 줄여줄 수 있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의 요건을 강화하고 보호처분제도를 부활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58년 만에 전면적으로 손질된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고무줄 판결’이나 ‘전관예우’의 불씨가 돼온 작량감경의 명칭을 ‘정상(情狀)감경’으로 바꿨다. 또 정상감경의 요건을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회복된 때 △자백했을 때 △범행 수단, 방법, 결과에서 특히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해 판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의 폭을 크게 줄였다. 그동안 부패범죄로 기소된 고위공직자나 기업인 등의 경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거나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등 불분명한 이유로 형량을 낮춰주고 집행유예 등으로 풀어주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살인범 강간범 등 흉악범에 한해 과거 보호감호제와 유사한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고 그 대신 상습범이나 누범일 때 가중 처벌하는 조항을 폐지했다. 보호수용제는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보호시설에 수용해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시키는 제도다. 다만 과거 보호감호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 대상을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상해 등 강력 범죄로 제한했다. ‘재범의 위험성’은 징역형 집행 종료 6개월 전에 판사가 다시 판단해 보호수용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게 했다.

국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주의’ 규정이 신설돼 외국인이 폭발물 사용이나 선박·항공기 납치, 통화·유가증권 위조 등의 범죄를 우리 영토 밖에서 저질러도 국내 형사사법기관에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외국의 테러범이 입국할 경우 국내에서 처벌이 가능해진 것.

수사 단계에서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게 적용되는 공소시효 정지와 마찬가지로 유죄가 확정된 뒤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이 해외로 출국할 때에는 형의 시효가 정지되도록 했으며 몰수와 추징금 시효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길어졌다.

법무부는 정상감경 요건 강화, 형의 시효 정지 등은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는 즉시 시행하고 보호수용제 도입처럼 관련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한 조항은 공포한 지 2년 후부터 시행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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