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오히려 각종 공익재단 설립을 잇달아 추진해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는 올해 인천의료관광재단과 고려역사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내년에는 인천복지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여성가정재단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5월 설립될 예정인 인천의료관광재단은 시와 결연한 러시아 태국 베트남 등 16개국 도시 부유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시는 6개 외국어로 제작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고, 재단에 각국 언어에 능통한 의료전문 코디네이터 40여 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또 올해 홍보관을 건립해 가천의과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같은 대형병원이 참여하는 체험코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시는 2014년까지 해외 의료관광객 2만 명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8억∼10억 원을 재단 운영을 위해 지원한다.
또 시는 강화도에 즐비한 고려시대 유적에 대한 연구를 맡는 고려역사문화재단도 12월까지 설립한다. 이 밖에 인천지역 사회복지기관과 단체가 모두 참가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천복지재단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천문학적인 부채에 허덕이는 시가 각종 재단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 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인천연대는 지금까지 시가 밝힌 재단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분석할 때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는 아시아경기대회 준비와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등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8조5000억여 원에서 내년에 10조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지방재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거래세가 급감하면서 시는 올해 예산을 200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보다 줄여(7.7%) 편성했다.
이처럼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재단 설립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인천연대는 재단 설립에 따른 혼란과 우려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시민들에게 밝힌 뒤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길상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가 설립하는 재단이 난무할 경우 공공정책의 표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사무실 건립 등에 필요한 예산이 기존 단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든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사회단체들이 그동안 시에 지속적으로 건의했기 때문에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며 “재단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시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매년 일정 규모로 나눠 단계적으로 출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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