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우리의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우리 영해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격침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1년 전 그 날 밤, 우리는 휴일을 맞을 달콤한 꿈에 젖어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천안함은 두 동강 나 침몰했고, 국방의 의무에 나섰던 우리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는 경계에도 실패했고, 작전에도 실패했습니다. 우리 군은 사건 사흘 전 북한 잠수정이 기지를 떠난 것을 포착하고도 잠수함 대비 태세를 발령하지 않았습니다. 합참의장, 국방장관, 그리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보고체계도 허술해 구조와 대응이 늦었습니다. 북한의 소행임을 뻔히 알면서도 결정적 증거인, 달아나는 잠수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고, 즉시 대응의 기회를 놓쳐 북한의 기세만 살려줬습니다. 8개월 후, 북은 우리의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대담함까지 보였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군이 체격은 큰지 몰라도 체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약골임을 알게 됐습니다. 대북 정보능력도, 소형 잠수정 공격 같은 북의 비대칭 전력에 적절히 대응할 능력도,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능력도 부실했습니다. 지휘관들의 기강도 엉망이었습니다. 좌파정권 10년간의 대북 햇볕정책이 엉뚱하게 우리 군의 대북 안보태세를 누그러뜨린 탓이 크다고 봅니다. 지난 1년간 사람을 바꾸고, 장비와 시스템을 보강하고, 정신상태를 뜯어고치는 노력을 했지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천 안함 사건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알게 됐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매우 허약한 기반위에 놓여 있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대다수 국민, 특히 20대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이 높아진 것은 큰 수확입니다. 무엇보다 든든한 대한민국의 안보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비단 군인이나 경찰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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