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여성배석판사와 일할 때는 이렇게…’ 안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① 둘만 있을때는 사무실 문 열어 두고 ② 회식 끝나면 무사귀가 반드시 확인③ 재판 2시간 넘겨서 진행하지 말 것

“여성 배석판사와 불가피하게 둘만 있게 되는 때에는 사무실 문을 열어 둔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진성)이 최근 남성 부장판사들에게 배포한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란 제목의 안내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A4 용지 6쪽 분량의 이 안내서는 우선 야한 농담이나 의상, 몸매 등 신체와 관련된 이야기는 피하고 여성 배석판사의 신체를 접촉하거나 훑어보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성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해 쉬지 않고 2시간을 넘겨서 재판을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외부에서 여성 배석판사와 단둘이 밥을 먹을 때는 방이나 칸막이가 있는 식당은 피하도록 권고했다. 또 여성 배석판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사무실에 혼자 있더라도 벨트를 풀거나 느슨히 하지 말고, 여름에 야근을 할 때도 짧은 바지는 입지 않도록 했다.

회식도 공연, 영화 관람 등으로 다양화하고 원칙적으로는 오후 10시 전에 끝내야 하지만 늦어도 밤 12시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회식이 끝나고 여성 판사가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는 차량번호를 적어뒀다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여성 판사 수가 꾸준히 늘면서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법원 내에서 자칫 남성 부장판사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예방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65개 민·형사 합의 및 항소부 가운데 여성 배석판사가 배치된 재판부는 55개에 이른다. 이 중 7개 재판부는 2명의 배석판사가 모두 여성이다.

그러나 안내서의 일부 권고사항은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내서는 여성의 식사 속도가 느릴 때가 많기 때문에 여성 배석판사보다 빨리 식사하지 않도록 했다. 여성 배석판사와 논의할 때는 얼굴을 너무 가까이 하지 말고 ‘1m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두도록 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사건에 대해 합의를 할 때에는 여성 배석판사가 무거운 서류철을 들고 부장판사실로 오도록 하기보다는 부장판사가 직접 배석판사실로 가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대개 부장판사실과 배석판사실은 나란히 붙어 있어서 먼 거리가 아니다. 특히 젊은 여성판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아이돌 그룹 같은 인기 연예인이나 TV드라마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한 부분은 ‘여성 비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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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 2011-03-28 15:22:03

    한가지는 확실한듯하다.. 판사들이 저런 유치한 메뉴얼을 참고해야할 정도로 수준이 저질이란 것이다....견제수단이 없는 집단은 어떤 집단이라도 썩어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더불어 안아무인이 되면 뇌가 화석화 되어 저런 지경으로 유치하게 까지 된다.. 배심원제 도입하고 판사의 재량권 대폭 축소하고 판사임용 방식 수정해야한다.. 특히 판사에 따라 죄값이 틀려지는 걸 없애야 한다.. 있는넘은 집행유예 없는자는 징역형.. 이런 개같은 경우가 없어져야 됨을 그 잘난 판새들이 더 잘알고 있을텐데...

  • 2011-03-28 08:24:56

    다른것은 이해가 되는데.....식사시간을 맞추어라는 것은 좀 그렇다..상전을 모시나...

  • 2011-03-28 08:09:41

    정의찾는 법원에서 이런 매뉴얼이 나올정도면 가히 과거 일이 상상되지 않나요? 나쁜 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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