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음악콩쿠르를 비롯한 유명 콩쿠르 출신으로 구성된 6인의 화음쳄버 연주자들이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연주하고 있다. 그림 동화를 무대 배경으로 한 연주는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나눔예술의 특별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봄을 여는 클래식의 선율을 만끽했다. 동아일보와 ‘아름다운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후원한 ‘그림책 음악회’. 이 공연은 다문화가족, 마포희망나눔·염리청소년독서실 어린이와 가족, 장애인축구단, 일본인 가족, 대학교수 등 다양한 관객들이 어우러진 가족음악회였다. 》
관객들이 일본인에 대한 격려 메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나눔이란 좋은 공연에다 격려까지 해주시니 일본인으로서 감사해요.”(호소야 마리·여)
‘힘내요. 일본!’ 20일 오후 2시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진 ‘그림책 음악회’는 대지진 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이 음악회는 그림 속에 음악이 들리고 음악 속에 그림이 보인다는 뜻을 지닌 ‘화음(畵音)쳄버오케스트라’가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과 ‘겨울’에 맞는 창작동화구연과 연주가 번갈아 나오며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교실이다.
무대 스크린에 그림책이 비치자 클래식해설전문사회자 윤정인 씨의 ‘외로운 은빛여우의 친구 만들기’ 동화구연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와! 드디어 친구를 위한 왈츠를 (피아노로) 칠 수 있어. 은빛여우는 어찌나 기쁜지 펄쩍펄쩍 뛰었단다….”
재밌는 그림과 친근한 동화구연은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동화 다음의 연주는 어떤 것일까. 어린이 관객들의 기대 속에 무대에선 비발디의 ‘가을’이 흘러나왔다.
동아음악콩쿠르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콩쿠르 입상자들로 짜인 6인조 화음쳄버의 연주는 객석을 휘어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연주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김연아의 갈라쇼에서 알려진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으로 이어졌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가 어우러진 연주는 특히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감미로운 선율이었다.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은빛여우 이야기는 비발디의 ‘겨울’을 불러냈다.
“와!” 공연 막바지 동아음악콩쿠르 1위(2006년·바이올린) 출신인 김지윤 씨의 현란한 바이올린 솔로연주와 이를 받치는 5명의 화음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혹독한 겨울 다음에 활짝 열린 새봄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연주도 좋았고 그림책이 너무 재밌었어요.”(칸 유스라·11세, 아미나·9세)
이들 터키계 칸 자매의 한국인 어머니 김수정 씨(39)는 “일반 음악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은데 그림책 음악회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악교실이었다”며 만족해했다.
류재천 과학기술종합대학원대 교수(독성학)는 “우리 사회는 여러 이유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따뜻한 ‘백조의 호수’로 오세요” ▼ 서울시무용단 신입단원 2명 “나눔무대 주인공 데뷔 설레요”
백조의 호수 한 장면을 연출한 최태헌(왼쪽) 박수정 씨.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단장 임이조)이 올 2월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중 첫 번째로 나눔무대에 섰다. 특히 올봄엔 박수정(26·여) 최태헌 씨(24) 등 차세대 춤꾼들이 무용단에 입단해 설레는 마음으로 관객을 맞게 된다.
“아무리 열악한 무대일지라도 찾아가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아 보여요.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춤꾼으로서 보람과 힘을 낼 수 있을 거예요.”(박수정)
그는 서울시무용단의 객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눔예술을 간접 체험했다고 한다. 최 씨는 장애인시설 등에서 공연하면서 춤꾼으로서 사회봉사가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고 했다.
이들은 입단 한 달 만에 다음 달 막이 오르는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사위로 재해석한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발탁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랑에 목숨 건 순정파 지규왕자 역의 최 씨, 도발적인 거문조 역의 박 씨는 열정과 패기로 관객을 사로잡겠다고 다짐한다.
“흡수력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 만큼 색다른 이미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무대를 선사할 겁니다.”(최태헌)
“한국무용만이 가진 깊은 호흡과 정중동(靜中動)의 춤사위를 표현하려고 해요. 외국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예요”(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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