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까지 교실 친구들의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 이들 역시 학생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솔직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좀 더 나은 지도를 해주고 싶은 까닭에서다.
결코 쉽지 않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한층 예민해진 고교생들에겐 우스갯소리 한마디 건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세대들의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탓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들로 교사들은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 온라인 소통으로 학생들과 친구가 되다
일부 교사들은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학교 내 교사의 권위를 잠시 벗어두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건 기본. 온라인 학급 카페를 만들고 대입이나 학습 관련 정보를 꾸준히 올려놓는다. 또 매일 종례 내용을 정리해 올려 학생들이 다음 날 수업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다. 일부 젊은 교사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반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찍은 사진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이를 본 학생들이 댓글을 남기면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도 있다. 서울 면목고 송형호 영어교사는 개학 첫날 자신의 온라인 메신저 아이디를 칠판에 커다랗게 적어놓고 “친구로 등록하라”고 권유했다. 바로 온라인상에서 학급 학생들과 ‘정팅’(정기채팅의 줄임말)을 갖기 위해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송 교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채팅방에 학생들이 모인다. 참여하는 학생은 20명가량. 이곳에선 송 교사와 학생들의 솔직한 ‘수다’가 펼쳐진다. 게임 얘기가 나올 때면 송 교사는 ‘○○ 게임에 좋은 아이템이 많이 나온다더라’며 최신정보를 나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은 ○○이 대세’라며 보유한 사진 파일을 학생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간혹 학생들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주제를 꺼낼 때면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정신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쉬는 시간 교무실로 송 교사를 찾아오는 학생 수가 학기 초 한두 명에서 많게는 여덟 명까지 늘었다. 일부 학생들은 송 교사에게 “선생님과 함께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조르기도 한다.
송 교사는 “온라인 정팅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등을 한결 더 면밀히 알 수 있다”면서 “다양한 대화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요즘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다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해 학생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교사도 있다. 수업시간에 화려한 마술을 보여주는 교사, 인기 연예인의 사진을 시각자료로 활용해 흥미를 높이는 교사, 자신이 그린 만화를 보여주며 의견을 나누는 교사가 이에 해당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창시절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던 경험을 통해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올해 고1 담임을 맡은 서울 마포고의 황경성 화학교사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나온 ‘복불복’ 게임을 활용한다. 복불복 게임은 바로 ‘해적 룰렛게임’. 이는 몇 개의 구멍이 뚫린 통에 돌아가며 플라스틱 막대를 꽂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자신의 차례 때 가운데에 있는 인형이 튀어나오면 벌칙자로 지목된다. 벌칙은 청소당번과 주번. 때로는 스페셜 게임을 진행해 벌칙에 걸린 학생에게 오히려 ‘청소 면제권’, ‘야자(야간자율학습) 면제권’, ‘주번 면제권’을 주기도 한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복불복 게임에 참여한다.
황 교사는 “고1의 경우 고교에서 가장 어린 학년인 데다 학교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 학교생활에 위축되기 쉽기 때문에, 소소한 재밋거리를 통해 활력을 주고 싶었다”면서 “학업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다양한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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