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농장에서 태어난 막놀 씨는 커피 농사외에 다른 일은 꿈꿔 본 적도 없다. 17일 막놀 씨가 자신의 커피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치아파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19일(현지 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코미탄시내 익투스 학교. 마을 주민과 한국의 사회적 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착한 커피’를 알리는 ‘제1회 치아파스 커피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국제구호단체인 한국기아대책(KFHI)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재단법인 행복한나눔과 멕시코 현지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하는 익투스선교회가 주최한 것이다. 행복한나눔은 치아파스 커피 농가들의 모임인 셀바조합을 통해 커피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 공기 좋은 치아파스의 맛있는 커피
행복한나눔과 치아파스의 커피로 맺은 인연은 3년 전에 시작됐다. 행복한나눔은 익투스 선교회에서 현지 커피 농가의 열악한 사정을 전해 듣고 이들을 돕기 위해 공정무역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시범사업으로 5t만 수입했지만 올해는 28t으로 늘렸다.
치아파스 커피를 알리기 위한 페스티벌도 마련했다. 셀바조합 소속의 36개 마을 농민들과 주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페스티벌에서는 커피의 품질과 맛을 평가하는 커핑(cupping) 테스트를 거쳐 1등부터 4등까지 우수 농가를 선발했다. 이날 행복한나눔은 셀바조합에 커피를 운반할 수 있는 트럭도 지원했다. 차가 없어 커피를 직접 내다 팔지 못하는 농가에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다.
셀바조합이 1년에 500t의 커피를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행복한나눔이 공정무역으로 들여오는 커피는 많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치아파스 커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돼 농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 커피 한잔에 4000원, 농민에겐 15원
유통단계를 줄이는 대신 다국적기업보다 높은 가격에 커피를 구매하는 공정무역은 치아파스 커피 농가에 희망 그 자체다. 대부분의 농민은 ‘코요테’라 불리는 중간상에게 커피를 팔고 있다. 코요테는 급전이 필요하거나 깊은 산속에 있어 커피를 운반하지 못하는 농민들의 약점을 이용해 커피를 헐값에 사들인다. 바데니아 마을에 사는 곤살로 씨(61)는 “뇌중풍에 걸린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제값을 못 받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코요테에게 kg당 16페소(약 1500원)를 받고 커피를 팔았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전문점의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에 10g 정도의 원두가 들어간다고 보면 곤살로 씨는 커피 한 잔이 팔릴 때마다 15원씩 받는 셈이다. 행복한나눔은 kg당 49페소를 농민에게 지불한다.
○ 가난한 농가에 희망
코요테와 다국적기업의 횡포로 치아파스의 커피 농가는 가난에 시달려왔다. 평균 연령 50세 미만, 인구의 40%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통계가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10년째 커피농사를 짓고 있는 막놀 씨(32)는 “수확철이면 오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 식구가 농장에서 일하지만 저축 한 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마르티미아노 씨(80)는 3년 전 교통사고로 눈을 다쳤지만 병원에 못 가 시력을 모두 잃었다.
올해 막놀 씨는 행복한나눔이 공정무역으로 커피를 구매하고 있는 셀바조합에 수확한 커피를 모두 팔았다. 그는 “행복한나눔과의 공정무역으로 돈을 더 받게 되면 커피 묘목을 몇 그루 더 사고 여섯 살, 한 살 난 두 아이를 배불리 먹여보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치아파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문의는 행복한나눔(02-2085-8243∼6, www.kfhi.co.kr)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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