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강국 안전나사 조이자]“세계1등 위해 문제 있어도 가동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원자로 가동 중 이상이 발견돼도 운전 중단은 엄두도 못 냅니다. 현장에서 적당히 조치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원자로가 멈추면 큰 손실이 나고 운전자들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28일 원자력발전소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문제점이 발견돼도 운전을 강행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최대 발전 가능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나타내는 원전이용률(90.59%)과 고장 등으로 인한 운전 중단 비율인 비계획발전손실률(0.6%) 등 원전 효율성 2대 지표 모두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등’을 위해 ‘안전’을 담보로 한 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약 184개에 이르는 원전 2차 협력업체 관리감독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4일 신고리 2호기 시험 운영 중에 냉각펌프에서 ‘나사’가 빠지면서 원자로 장비를 파손시킨 사고도 2차 협력업체 잘못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1차 협력업체만 감독할 수 있을 뿐 2, 3차 협력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은 없다.

정부 당국이 “100% 안전하다”고 하는 국내 원전의 각종 설비도 곳곳에 허점이 있다. 국내 원전은 지진해일(쓰나미) 대비를 위해 방파제만 설치했을 뿐 방호벽이 설치된 곳은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원자력위원회를 열고 4월 22일까지 국내 원전을 안전 점검하고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경우 해당 원전의 가동을 중단(셧다운·Shut down)하기로 했다. 또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응체계를 재점검하고, 대형 쓰나미→전력 차단→원전사고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안전한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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