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댁 옆 ‘미스터리 갤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오리온 비자금 창구 의혹 해봉갤러리, 담철곤 회장집과 붙어있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옛 해봉갤러리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고급 주택가에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6)의 자택과 이웃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옛 해봉갤러리 건물은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로 현재 소유주는 오리온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 이 회사가 2008년 9월 해봉갤러리를 흡수합병한 뒤 이곳은 창고와 주차장으로 쓰였지만 최근 몇 개월째 I사 직원들조차 드나들지 않는 빈 건물로 방치돼 있다. 인근에는 외국 대사관 관저와 정재계 및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사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담 회장과 담 회장의 동서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집은 이 건물과 같은 블록에 자리 잡고 있다.

앤디 워홀 작품 ‘플라워’.
앤디 워홀 작품 ‘플라워’.
검찰 주변에서는 경기 안산시에 본사를 둔 I사가 거래처인 오리온그룹 본사나 계열사 근처가 아닌 이곳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점에서 단순한 납품업체가 아니라 오리온그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I사의 최대 주주는 2008년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인 박모 씨에서 외국계 회사로 추정되는 P사(지분 35.78%)로 바뀌었다. 2대 주주 김모 씨(20.96%)는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이며 3대 주주는 오리온그룹의 방계 회사인 동양창업투자(16.67%)다.

I사가 2005년 자본금 55억 원을 들여 해봉갤러리를 인수해 운영하게 된 경위나 해봉갤러리가 이후 I사에 흡수합병될 때까지 국내 유명 화랑인 서미갤러리와 100억 원대의 미술품을 거래한 점 역시 I사의 회사 규모에 비춰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I사는 해봉갤러리를 인수한 2005년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 730억 원, 연매출 390억 원에 불과했다. 검찰이 I사의 해봉갤러리 인수 및 미술품 매매대금을 담 회장 일가의 비자금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주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 건물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편 오리온 계열사 메가마크가 지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마크힐스’의 시행사인 M사 대표로 중견가수 최모 씨의 부인인 박모 씨와 오리온그룹의 핵심 임원인 조모 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를 놓고 서로 민사소송을 낸 상태다.

박 씨는 “2009년 3월 조 씨를 통해 홍 대표에게 그림을 팔아달라고 위탁했는데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도 그림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 씨 등은 “워홀의 그림은 박 씨가 빌려간 1억50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받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워홀의 1965년작 ‘플라워’는 가로, 세로 20.3cm의 소품으로 거래가가 8억 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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