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등 “방사성 물질 우려” 방한 꺼려
내국인도 동남아 - 인도양 등으로 여행지 변경
동일본 대지진으로 최근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이 여행 특수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객들이 지진 및 방사성 물질 피폭 위험이 있는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여행지를 변경하고 있는 것.
하나투어 관계자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2만여 명이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여행상품 계약을 취소했다”며 “취소자들은 대부분 중국 여행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여행사의 중국 여행 상품 예약자는 지진 직후인 3월 셋째 주에 2만1000여 명이었으나 넷째 주에는 2만9000여 명으로 35%가량 증가했다. 유럽과 미주 지역도 넷째 주 예약자가 전주보다 각각 10% 이상 늘었다.
회사원 박형수 씨(31)는 “5월 중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나 며칠 전 취소했다”며 “오사카는 지진 피해지역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 피폭에 대한 위험이 있을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박 씨는 홍콩 여행을 고려했다. 하지만 박 씨가 문의한 여행사는 “일본 여행을 취소한 관광객들이 대거 홍콩으로 몰리면서 자리가 다 찼다”며 예약을 받지 않아 그는 결국 홍콩 여행도 포기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같은 동북아권으로 가깝고 관광지가 다양하면서 쇼핑도 즐길 수 있어 지진 전에도 두 지역을 놓고 고민하는 여행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지역도 인기가 높아졌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일본 지진 이후 동남아 지역 하루 예약자가 직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며 “불안한 일본과 비교했을 때 여행 기간이나 비용 면에서 동남아 지역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하와이 괌 사이판 등 태평양의 휴양 도서 지역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주로 태평양 일대로 퍼져 나간다는 소식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태평양 일대의 섬에도 방사성 물질 피폭 위험이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신혼여행을 갈 예정인 김모 씨(30)는 “괌이나 사이판 등 태평양 지역 섬에는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오염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동남아나 인도양 쪽 휴양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으로 여행 오는 중국인 관광객도 방사성 물질 우려 때문에 크게 줄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대체 수요지’로서 가지는 반사효과보다 오히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불똥이 튄 것이다. 국내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예약의 50% 이상이 취소됐다”며 “처음에는 일본 쪽 물량이 한국으로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베이징(北京) 지사장은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중국 관광객의 전환 수요는 1∼2개월이 지나야 늘어날 것”이라며 “재난을 당했는데 관광객만 유치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 미뤄뒀던 한국 관광 특별 광고도 조만간 내보내는 등 유치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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