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현장에 답이 있다]동아일보·고용부 공동 캠페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일자리? 탁상행정을 깨라”… 고용부 5700여명 전 직원 현장으로 뛴다

공무원이 직접 기업을 찾아가 인허가 등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방안이 추진된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31일 “실업자가 증가해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 정부 부처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부처 공무원들이 대규모로 현장을 찾아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고용부 5700여 공무원, 현장 속으로


고용부가 도입하려는 일자리 창출 방안은 공무원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면 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무원이 직·간접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잡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을 펼치는 셈.

고용부가 공무원까지 동원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정책을 시도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청년실업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청년 취업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을 풀기 위해 내놓은 정책 중 상당수가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며 “원인 파악과 이후 산업현장에서 이를 소화하고 정착시켜 가는 과정에서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런 문제점을 풀기 위해 전국의 근로감독관 1200명과 고용센터 직원 3000명 등 지역 조직을 적극 활용해 일자리 창출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고용부에는 정부과천청사 본부에 500여 명, 지방청 등 전국 산하조직에 5200여 명 등 모두 5700여 명의 공무원이 소속돼 있다.

이재흥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실업 문제는 본질적으로 경제 문제지만 일손이 필요한 사업주와 일자리를 원하는 실업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한몫을 하는 만큼 고용부가 이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각 산업현장에서 미처 모르고 있거나 행정적 절차 때문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각종 취업지원제도를 찾아내 현장의 인력 수급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또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직접 파악해 현장과 취업자가 원하는 현장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장관이 애로사항 직접 나서 해결


이를 위해 고용부는 장관 직속으로 ‘일자리 현장 지원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국 47개 지방노동관서에는 ‘일자리 현장 지원반’이 구성된다. 또 5월까지 지역특화산업, 신규 사업장 등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자리 중점 지원사업장’ 1만 곳을 발굴할 예정이다. 지방청별로 선정된 관내 일자리 중점지원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과 고용센터 직원들이 수시로 방문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장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파악된 애로사항은 고용부가 해결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맞춤형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어 중앙부처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사안은 고용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해법을 찾는다. 고용정책조정회의에는 고용부 장관(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관계부처 차관과 16개 광역시도 부시장 부지사 등이 참여한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장관 주재로 매달 ‘일자리 현장 점검회의’를 열어 각 지방청의 현장지원활동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지역단위와 중앙단위 등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애로사항을 해소할 계획”이라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탁상과 현장의 거리를 좁히고 부처 간, 중앙·지역 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기업과 구직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지원단은 12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학력-지역 등 세분화 ‘맞춤형 고용’ 펼쳐야 ▼
청년 취업대책 50개 넘는데도… 실업률은 8%, 140만명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창출의 첫 번째 목표로 내세운 것은 청년 실업 해결이다. 경제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고용지표도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고용 한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382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3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좀처럼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0.3%로 2009년의 40.5%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청년고용률은 2006년에는 43.4%였으나 △2007년 42.6% △2008년 41.6% △2009년 40.5% △2010년 40.3% 등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 역시 지난해 8.0%로 2009년의 8.1%보다 0.1%포인트 감소에 그쳐 2년째 8%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 3.7%보다 훨씬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실업자는 현재 1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청년 ‘유휴인력’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를 찾다가 지쳐서 더는 구직활동에 나설 의욕마저 잃어가는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할 의지 없이 무위도식하는 청년층을 뜻하는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43만 명(올 1월 현재)에 육박했다.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동 전문가들은 ‘청년백수’ 문제가 산업구조 고도화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취업시장의 ‘인력 수급 불일치’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프로그램이 50여 개에 이르는 데도 청년고용률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장과 구직자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현장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은 “청년이라고 다 같은 청년이 아니라 고졸과 대졸, 남성과 여성, 대학 차, 지역 차 등 다양한 그룹이 있는데 그동안 청년실업대책이 일률적으로 진행됐다”며 “실업청년의 성격을 세분해 각 그룹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기업과 구직자의 소통 부재 문제를 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풀어나갈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기업)은 알고 있지만 탁상(공무원)은 모르는 전봇대(장애)가 항상 존재한다”며 “청년 실업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현장과 구직자의 요구를 이어줄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 “현장 애로 30%만 해결해도 청년 일자리 숨통 트일 것”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31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무슨 일이든 어렵다고 주춤거리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강한 도전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현장에서 애로사항의 30%만 해결해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본적으로 고용은 경제성장 이후 나타나는 후광 효과다. 공무원 한두 명이 산업현장에 찾아간다고 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투자, 수출, 내수(內需) 등과 비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각 부문 간 수요와 공급, 구직자와 구인자의 미스매치만 해소해도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오래된 규제가 고용부 공무원이 나선다고 풀릴 수 있나.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어렵다고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관련 기관, 자치단체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부처 간이나 중앙과 지방 사이에 있는 칸막이를 허물어 해답을 찾아야 한다. 현장 지원단을 통해 마련한 해법을 관련 부처에 집요하게 요청하면 애로사항의 30% 정도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나.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목표치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온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를 하나라도 늘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공무원은 공복(公僕)으로서 기꺼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장관부터 현장을 방문하고 직원들이 힘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첫 번째 과제로 삼은 이유는….

“청년실업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왕성한 사회 활동과 생산 활동을 할 시기를 놓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이 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 나아가서는 사회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 직원이 현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 과장된 표현 아닌가.

“고용부 업무는 크게 고용과 노동으로 나뉜다. 고용 쪽은 고용센터 등에서 상담 위주로 일을 한다. 이런 분들이 현장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또 주로 규제와 단속 위주로 일했던 노동 분야 근로감독관들도 현장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애로사항 해결에 나서도록 하겠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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