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시속이 188km에 불과한 철도가 무슨 고속철입니까.” “호남선이 복선화되는 데 36년이나 걸렸는데 고속철마저 푸대접하는 겁니까.”
정부가 호남고속철도(KTX) 광주∼목포 구간을 신설이 아닌 기존 노선 개량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호남 푸대접’이 다시 고개를 들고 대통령 공약 파기에 따른 분노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3일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호남고속철 건설 방침을 밝혔다. KTX 오송∼광주 구간(182km)은 2014년까지 신설하고, 광주∼목포 구간(76.1km)은 2017년까지 완공하되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초 정부 계획은 2조3200억 원을 들여 KTX만 다니는 48.6km의 고속노선을 신설해 시속 300km로 광주와 목포를 13분에 주파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손바닥 뒤집듯 계획을 바꾸고 전남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무안공항 경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남도는 “기존 철도를 개량하는 것에 불과한데 고속철도라고 한다면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고속 새 노선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고속철은 경부고속철에 비해 무려 10년 이상이나 뒤졌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경부선 동대구∼부산 2단계 구간 역시 고속철이다. 10년 이상 늦게 착공하면서도 ‘저속철’로 건설하는 것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소외감은 고속철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길이가 경부고속도로보다 훨씬 짧은 호남고속도로도 2단계로 나눠 동시 착공한 경부고속도로보다 3년이나 늦게 개통했다.
현재 경제성과 사업 타당성만 따진다면 낙후된 호남에서는 할 사업이 거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고속철을 바라봐야 한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이 지긋지긋한 ‘호남 푸대접’을 다시 떠올리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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