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시와 부산시가 등을 돌리고 있다. 대구시는 ‘동남권’ 또는 ‘영남권’ 신공항을 강력하게 추진키로 힘을 모으는 데 비해 부산시는 동남권이나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표현에 부산은 포함시키지 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와 부산이 머리를 맞대고 신공항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5일 열린 전체직원 회의에서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과 실현 가능성을 적극 강조했다. 김 시장은 “절대 좌절할 사안이 아니며 낙담할 필요 없다”며 “이전에는 국가적으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전국적인 주요 과제로 부각시킨 점만으로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번 입지 평가에서 경남 밀양의 우월성이 확인됐고 대구시가 가장 앞장섰던 부분은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가 단합하지 못한 데 공동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도 보였다. 후보지를 단일화 추진했다면 평가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이에 비해 허남식 부산시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말은 더는 말할 필요가 없고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을 공식적으로 쓰겠다”며 “부산에 있는 김해국제공항을 부산으로 옮기는 문제가 엉뚱하게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흘렀다”고 말했다. 부산시민들은 3일 저녁 수백 개의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모인 가운데 ‘김해공항 가덕 이전 기원 촛불모임’ 행사를 열었다. 김해공항은 부산 강서구에 있다.
허 시장의 이 같은 입장은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부산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6일 “1976년까지 운영하던 해운대 수영국제공항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김해공항으로 이전했고 김해공항이 소음과 이착륙에 문제가 많아 가덕도로 확장 이전하려던 것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구 K2 비행장(대구공항)을 옮기는 것이 대구시의 현안인 것과 비슷한 사정 아니냐”며 “대구가 신공항을 추진하더라도 김해공항 이전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부산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영남권 상생 발전 차원에서 부산시와 더 긴밀하게 협력을 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부산이 독자적인 길을 갈 경우 신공항 건설 문제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시 김부섭 교통국장은 “김해공항이 행정구역으로는 부산에 있지만 영남권 주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므로 부산공항이라기보다는 영남공항”이라며 “영남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영남권 지자체들의 감정이 아직 격한 상태지만 조만간 5개 광역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공동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대구시가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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