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의 '돈 봉투' 사건으로 정부의 특수활동비가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김 총장은 최근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 참석한 45명의 검찰 간부에게 200만 원 또는 300만 원씩을 나눠줬습니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돈입니다. 올해 검찰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189억 원입니다. 검찰총장은 이 가운데 일부를 일선 지검과 지청 순시에 나서거나 주요 회의 때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과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합니다.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규정된 내용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관별로 총액만 책정해줄 뿐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돈을 작년에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등 20개 기관에서 1조1000억 원을 넘게 썼고, 올해는 같은 기관에 8515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국회도 지난 2년간 170억 원을 썼습니다.
기관이나 업무 성격에 따라서는 드러내놓고 쓸 수 없는 돈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20개나 되는 기관에 나눠주고, 더구나 사용 용도를 확인하지도 않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일입니다. 감사원이 2006년 말 국회의 요청으로 일부 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상당 부분이 정해진 용도와는 달리 업무추진비 형태로 쓰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관에서 특수활동비를 축의금 조의금 격려금이나 간담회 개최, 화환이나 기념품 구입 등의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수활동비도 엄연히 국가 예산인 만큼 원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올해부터 모두 영수증 처리가 필수인 업무추진비로 전환했습니다. 자유로운 사용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더 중시한 것입니다. 다른 기관들은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정부는 가능한 특수활동비 지급 대상 기관과 액수를 줄이고, 집행 내용을 투명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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