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27범인 현모 씨(54)의 뒤통수는 훤했다. 뒤통수 한가운데에 손바닥만 한 원형탈모 자국이 있었기 때문.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띌 정도의 크기였다. 지난달 21일 구치소에서 갓 출소한 현 씨는 출소 5일 만에 돈이 떨어졌다. 26일 낮 12시경 현 씨는 생활비를 벌어볼 욕심에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주말마다 운동장을 찾는 축구동호회원들의 가방을 훔치기로 한 것. 별다른 경계심 없이 벤치에 짐을 풀고 경기를 하러 간 신모 씨(49) 배낭을 멘 채 운동장을 떠나는 현 씨의 모습은 고스란히 학교 정문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뿌연 화질 속 영상에도 그의 텅 빈 뒤통수만큼은 선명했다.
뒤늦게 배낭이 사라진 것을 안 신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틀 뒤인 28일 휴대전화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통신사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요청한 신 씨는 현 씨가 약수역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CTV 화면을 출력한 사진을 각자 손에 쥔 채 신 씨와 경찰들은 약수역을 중심으로 반경 50m를 샅샅이 뒤진 끝에 낯익은 대머리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현 씨가 범행 당시 모자만 썼더라도 체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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