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밭에 묻어둔 도박자금 파면 팔수록 ‘눈덩이’

처남 불법자금 일부 빼돌리려 도난 자작극… 들통
27억이라더니 모두 50억 찾아내… “더 있을 수도”

2009년 4월 이모 씨(53)는 처남 이모 씨(44)로부터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 수십억 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도박개장죄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았던 처남이 국고로 압수될 돈을 숨긴 것. 현재 처남은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큰돈을 집에 두는 것이 불안해진 이 씨는 지난해 6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에 있는 밭을 사 이 돈을 플라스틱 김치통 10여 개에 나눠 묻었다. 이 중 일부를 생활비로 써버린 이 씨는 처남의 출소일이 다음 달로 다가오자 돈을 도난당한 것처럼 꾸미기로 했다. 이 씨는 얼마 전 밭에 있던 매화나무를 캔 중장비 운전기사 안모 씨에게 “땅에 묻어둔 돈이 사라졌는데 작업하다가 못 봤느냐”고 물었다.

안 씨는 자신에게 쏠리는 의심을 풀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밭을 뒤져 50여억 원을 찾아냈다. 또 이 씨가 미리 빼돌려 자신의 아들(25)에게 맡겨뒀던 10억 원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땅에 파묻은 총금액을 처음에는 27억 원 이라고 했다가 수차례 번복했다. 경찰은 이 밭 전체를 수색하는 한편 11일 교도소에 수사관을 보내 구속 중인 처남 이 씨를 상대로 돈을 맡긴 경위와 정확한 액수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구속 중인 처남 이 씨가 2009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인 도박판의 판돈이 총 1600억 원대에 이르러 이들이 챙긴 이득금이 적어도 1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남은 돈의 행방을 찾고 있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10일 도박 수익금을 숨겨주고 일부를 유용한 혐의로 이 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돈은 모두 국고로 귀속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제=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