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해 11, 12일을 애도기간으로 정한 KAIST에서 이번에는 생체재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연구 인건비 유용 혐의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적발돼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KAIST P 교수(54)가 이날 오후 4시경 대전 유성구 전민동 자신의 아파트 주방에 설치된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P 교수의 부인(53)은 “9일 서울 집으로 오기로 했으나 연락이 안 돼 남편이 사는 대전 아파트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현장에서는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여보, 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 나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죄를 짓고 살았어. 내가 죗값 치르고 갈게. 아이들을 부탁해.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P 교수는 올 2월 KAIST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 교과부가 최근 연구 인건비 유용 혐의로 징계 및 고발을 하겠다는 방침을 전해오자 고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P 교수는 다른 두 명의 교수와 함께 각각 3000만∼4000만 원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돼 중징계와 사법기관 고발이 예상됐다.
1996년 9월 부임해 2007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한 P 교수는 지난해 2월 KAIST 개교 39주년을 맞아 다른 교수 4명과 함께 ‘최우수 교수’로 뽑혔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221편이나 쓰는 등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9년에는 미국생체재료학회에서 수여하는 ‘클렘슨상’도 받았다. 올해 시무식에서는 ‘올해의 KAIST인 상’을 수상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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