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별세한 세종대(학교법인 대양학원) 설립자인 대양(大洋) 주영하 박사(99)의 추모 장소가 유족의 갈등으로 두 곳에 차려져 따로 조문객을 받고 있다. 부고 역시 각자 따로 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최옥자 목사와 장남 주명건 대양학원 명예이사장, 차남 주장건 전 세종호텔 대표, 장녀 주경란 세종대 명예교수, 차녀 주경은 전 세종초등학교 교장이 있다.
고인의 부인과 차남 주장건 전 세종호텔 대표이사 등 유족은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빈소(02-2227-7550)를 마련했다. 상주 명단에는 장남 주명건 대양학원 명예이사장 이름이 아예 없다. 발인식은 12일 오전 10시에 이곳에서 열린다.
반면 주 명예이사장은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의 애지헌 교회에 분향소(02-3408-3011, 3538)를 차려 조문객을 맞고 있다. 주 이사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있는 빈소를 찾지 않았다.
세종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세브란스병원 빈소에 대한 언급이 없다. 세종대 측은 교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애지헌 교회에 있는 분향소로 오라고 공지했다. 이 곳에서는 11일 오전 11시에 추모예배, 12일 오전 9시에 영결예배가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은 사태는 세종대 운영을 놓고 고인과 주 이사장이 심각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11월 주 이사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주 이사장이 12억8000만 원을 횡령했다고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2007년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세종대는 총학생회와 해직 교수 등 주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학내 분규를 겪었다. 교육부는 함세웅 신부 등을 임시이사로 파견했지만 학내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세종대는 현 정부 출범 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작년 3월 정식 이사 7명을 선출했다.
고인은 그러나 부인 최옥자 목사와 함께 7명의 정식 이사 중 5명을 해임해 달라는 이사 선임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하는 등 마지막까지 부자 갈등이 이어졌다.
고인은 1912년 함남 단천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와 미국 어주사퍼시픽대, 대만 중국문화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1940년 종합학교인 경성인문중등학원, 1947년 수도여자사범대를 각각 설립했다. 이후 그가 만든 학원재단은 대양학원으로, 대학은 세종대로 각각 바뀌며 성장했다. 그는 대양학원 이사장과 명예이사장, 학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1932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브나로드운동에 참여하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이사장을 맡는 등 계몽활동과 기독교 선교활동에 열의를 보였다. 1976년 국어순화추진회 창립위원으로 참여하고 이후 회장을 맡아 한글선양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서울 중구 충무로와 강원 춘천시에 세종호텔을 세우고 대학에 호텔·관광경영학과를 만드는 등 호텔관광산업에도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과 무궁화장을 받았다. 독일 정부로부터는 독일문화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