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배화여고 3학년 김진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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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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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층 돕고 싶어요” 꿈 이뤄줄 ‘맞춤공부’로 성적 쑥쑥

서울 배화여고 3학년 김진주 양은 인권, 불평등 문제에 관심 많은 당찬 소녀다. 김 양은 모르는 부분은 질문하고 부족한 내용은 꼼꼼히 이해하는 학습법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서울 배화여고 3학년 김진주 양은 인권, 불평등 문제에 관심 많은 당찬 소녀다. 김 양은 모르는 부분은 질문하고 부족한 내용은 꼼꼼히 이해하는 학습법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꼭 10년 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진주 양(17·서울 배화여고 3학년)은 어머니 손을 잡고 홀몸노인 도시락 봉사를 다녔다. 도시락을 나눠주는 건 어머니 역할이었다. 어르신의 식사가 끝나면 어머니 치맛자락만 붙잡고 있던 김 양이 나섰다. 그는 손에 꼭 들고 있던 하얀 박하사탕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렸다. 사탕을 받아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꽃처럼 환했다. 낯설어 굳어있던 김 양의 얼굴도 덩달아 밝아졌다.》
○ “시사 교양 PD? 이 성적으론 절대 불가능해”

이런 경험 때문일까. 김 양은 어릴 때부터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좋아했다. 특히 소외된 사람이 좋았다. 친구들이 TV 쇼, 오락 프로그램을 볼 때도 ‘더블유(W)’, ‘느낌표’ 같은 시사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다. 장애를 극복한 사람, 지구 저편에서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보며 같이 웃고 울었다. 틈만 나면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다르게 사는 사람들’ ‘길에서 만난 세상’과 같은 책을 탐독했다.

학교에서도 바빴다. 친구들의 진로 고민, 학습 고민을 모두 들어줬다. 초중학생 때는 여러 번 반장, 부반장을 하며 학급 일에 앞장섰다. 오죽하면 어떤 일이든 해결사로 나서려는 그에게 ‘김오지랖’이란 별명이 생겼을까.

이유가 있었다. 김 양은 어릴 때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을 돕는 게 내 일’이라고 확신했다. 장래희망은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PD. 그는 장애우, 성소수자 등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고1. 그의 꿈은 벽에 부닥쳤다. 첫 상담에서 담임선생님은 김 양에게 단호히 말했다. “지금 이 성적으론 서울권 대학에 갈 수 없다. 네가 원하는 사회학과에 진학하기 어렵다”고. 그의 고등학교 입학 배치고사 성적은 전교생 370명 중 약 150등이었다. 서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죠. 저는 세계 곳곳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거든요. 한순간도 제 꿈을 이룰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적 없는데…. 성적이 발목을 잡은 거죠.”

“김또자. 일어나!”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으랴. 김 양,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예상치 못한 ‘적’이 나타났다. 바로 졸음. 수업만 시작되면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눈이 저절로 감겼다. 하루 7시간의 수업 중 6시간을 엎드려 잔 날도 있었다. 매 시간 꾸벅꾸벅 졸다 보니 별명이 또 생겼다. 졸고 또 존다고 해서 ‘김또자’.

김 양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선정할 때 맨 앞자리를 뽑은 친구에게 부탁해 자리를 바꿨다. 그날 이후 교탁 바로 앞자리는 김 양의 지정석이 됐다. 그는 “뒷자리는 집중도 잘 안되고 앞에 앉은 친구가 졸기라도 하면 나도 같이 졸려져서 차라리 맨 앞자리에 앉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맨 앞자리에 앉으니 모든 과목 선생님이 절 알게 됐어요. 수업 시작할 때 제가 자고 있으면 ‘김또자 또 자니? 일어나!’ 하고 꼭 깨워주셨어요(웃음). 슬슬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던 습관이 사라졌답니다.”

이제 김 양은 부끄러울 게 없었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친구, 선생님 가리지 않고 질문했다. 중학교 때까지 영문법을 공부해 본 적 없던 김 양은 어느 날 영어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을 졸라서 ‘특별 기초 영문법 강의’를 부탁한 것. 방과 후를 이용해 선생님께 영문법 기초를 배웠다.

김 양은 “선생님은 질문하면 뭐든지 다 알려주신다”면서 “덕분에 주어, 동사, 형용사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품사 개념을 완벽히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궁금하면 즉시 답을 얻어내야 했다. 구제역에 대해 토론하던 사회시간에는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돈피(豚皮·돼지의 가죽)가 뭐예요?”라고 물어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과학시간에는 선생님께 “왜 모래사장에 파도가 칠 때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밀려오나요?”라고 질문했다. “바람 때문”이라는 답을 듣고는 ‘당연한 걸 왜 몰랐을까’라고 자책하지 않았다. 대답을 들어 마냥 흡족하기만 했다.

“저는 질문하는 걸 단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어요. 아무리 기초적인 질문이라도 모르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즉시 답을 알아야 마음이 편하답니다.”

계획표 매일 쓰고 잠은 푹 자고··· 맞춤 공부로 성적 상승!

김 양은 자신에게 딱 맞는 공부법을 찾아냈다. 첫째, 핵심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까지 반복해서 교과서 지문을 읽자. 둘째, 문제를 풀면 꼭 답지의 해설까지 꼼꼼히 읽자. 셋째, 그날 공부한 양은 꼭 학습 계획표에 적어 스스로 평가하자. 넷째, 낯선 환경에서 집중이 잘되므로 공부하는 장소를 자주 바꾸자. 다섯째, 잠이 많으니 밤샘 공부는 피하자.

이 공부법이 통했다.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17등이던 성적은 고2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38등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올해는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반장선거에 당선됐다. “매일 아침 교실 쓰레기를 정리하겠습니다!”라는 당찬 공약 덕분이다. 김 양은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 아침마다 교실을 청소한다. 그는 “귀찮지 않다. 공약 덕분에 지각도 안 하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며 밝게 웃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인권과 불평등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다른 사람을 돕는 게 정말 좋아요. 지금은? 성적을 더 올리고 싶어요. 방학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이번 중간고사도 자신 있어요!”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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