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학생들의 자살 사건과 관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1일부터 이틀간 모든 과목을 휴강한 채 학과별로 교수-학생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잔디밭에서 딸기를 나눠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터놓는 자리도 마련됐다.
장순흥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점심 때 학과 교수 10여명과 학생 30여명이 모여 점심식사 겸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지도교수가 학생 3~4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교수들이 마음은 있지만 잘 드러내지 못했는데 학생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면서 "차등적 등록금 등 학교의 제도가 문제라기보다는 학생들을 이끌어주고 해주고 신경써주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학생들도 여럿이 함께 있고 교수들도 있는 분위기에서 마음 깊은 얘기를 털어 놓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KAIST가 서로 격려해주고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공학과 학생들은 잔디밭에서 함께 딸기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간담회를 펼쳐 나갔다.
한 학생은 "교수님들과 학과 전체 학생들이 모여 딸기를 먹는 행사를 가졌으며 이는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돼 오던 것"이라면서 "간담회에서 자살한 학생들이나 교수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들은 앞으로 학생들을 더 케어하고 신경쓰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나도 일반고 출신이지만 징벌적 등록금 부과 대상자는 아니다. 문제는 제도보다는 개인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부터 각 학과 사무실과 잔디밭 등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앉아 사제간의 간담회를 열었지만 회의는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임용택 기계공학과 교수는 "오늘 오후 3시부터 학과 건물에서 사제간 간담회가 예정돼 있지만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보듬지 못했던 부분, 교수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는 "우리 과의 경우 내일 제자들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인데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지난 7일 자살한 우리 학과 박 모 군의 경우 지난 학기 봄 평점이 2.6, 그 다음 학기에는 2.5로 낮아 징벌적 등록금 부과 대상자가 됐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유능한 인재를 모아놓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렇게 사지로 내모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내일 간담회에서 영어강의 거부, 총장 사퇴 의견 등 내 입장을 전달하고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KAIST는 11, 12일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면 휴강한 채 교수-학생 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화가 마무리되는 대로 12일 오후 6시부터는 창의관 터만홀에서 서남표 총장과 학생들 사이의 2차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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