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이 학내 비리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KAIST에 따르면 10일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모(54) KAIST 교수는 지난 8일 연구 인건비 문제 등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검찰고발 방침을 통보받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측은 "지난해 박 교수의 연구실에 지급된 운영비 1억원 가운데 22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며 "지난주 중징계 및 검찰 고발 방침을 교과부로부터 통보받고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월 초 이뤄진 2주간의 교과부 감사에서 적발된 교수는 숨진 박 교수 외에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가 정기종합감사이기는 했지만 연구비 관련 비리가 상존한다는 지난해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여서 이 부분의 확인에 집중됐다.
대학원생 설문조사는 9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참여 대학원생의 20.3%가 연구인건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이들을 포함해 47.8%가 월 40만원 미만의 연구 인건비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약정된 연구인건비 전액을 수령하는 경우는 21.2% 뿐이었으며 연구비가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나 사적으로 사용된다고 답한 대학원생이 19.2%였고 9.9%의 대학원생은 연구비 회수를 통해 비인가 자금을 조성하라는 교수의 요구에 따라야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대학원생은 "비리를 저지르는 교수가 있고 연구비 집행이나 인건비와 관련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인건비 등에 대한 교수의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KAIST 교수는 "감사에서 적발된 교수 가운데는 문제 금액이 억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2주간 이뤄진 당시 감사는 정기감사로, 일상적인 내용 외에 교수 2명이 산학협력 업체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의 지적과 연구비 관련 비리가 상존한다는 지난해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집중됐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또다른 비리가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국감 당시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 등은 건설사업 관련 수의계약, 산학협력업체로부터의 주식 및 자문료 수수 등을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만 발생한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KAIST 사태가 조만간 수습될 수 있을지, 아니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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