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홍콩 시민권 신청한 한국 非거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 거액 해외탈세 혐의받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 인터뷰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국세청 발표 바로 다음 날인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국세청 발표 바로 다음 날인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G5센트럴플라자 528호. 시도상선 서울 사무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에야 문이 열렸다. 국세청으로부터 전날 해외 탈세 혐의로 4101억 원을 추징당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인생역정과 탈세혐의에 대해 밝혔다.

▶본보 11일자 A1·13면 참조
A1면 탈세혐의 권혁 시도상선 회장 역대최대 4101억원 추징

A13면 국세청 4101억 세금 추징 ‘시도상선’ 권혁회장은…


권 회장은 무일푼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수조 원의 부를 일궈 ‘한국의 오나시스’로 불린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스스로 “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권 회장은 “1990년 현대자동차 도쿄 지사의 차장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1990년 7월 회사를 그만둘 무렵 그는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에서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았다. 일본의 중고 자동차전용선을 사서 수리한 후 선원들을 태워 다시 원래 선주에게 대선(선박을 일정 기간 용선료를 받고 빌려줌)하는 사업이었다. 마루베니는 선박 구입비를 100% 빌려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는 전 재산 1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그의 회사는 175척의 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권 회장의 성공 뒤편에 거액의 탈세가 있다고 본다. 실제 사업 근거지는 한국이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금 한 푼 낸 적 없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2007년 일본에서 세무조사를 받고 소득세 20억 엔을 냈고 법인세가 없는 홍콩에서는 개인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전남 목포에 세운 선박블록 공장처럼 한국에 뿌리를 둔 사업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사업은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 인정받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대형 선박을 소유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권 회장은 “한국 조선소에 배를 발주하려고 했다가 사기꾼이나 브로커가 아니냐는 눈총까지 받았다”며 “하지만 2003년부터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에 3조7500억 원의 선박을 발주했고 매년 한국 보험사에 100억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등 나름대로 한국경제에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해외 탈세 혐의를 적용한 핵심 근거 중 하나인 국내 거주자 요건과 관련해 권 회장은 “본사가 홍콩에 있고 홍콩 시민권을 신청하는 등 2006년 이후 주로 홍콩에 거주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거주자 요건인 ‘1년 180일 이내 국내 체류’ 등의 요건을 대부분 지켰다”며 “다만 2007년에는 허리디스크로 삼성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으며 190일 동안 체류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검찰조사와 조세 소송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탈세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의혹에는 “해운업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전 세계 해운사가 배를 한 나라에 등록하지 않고 조세, 선원, 안전 규정 등이 유리한 국가에 나눠 페이퍼컴퍼니가 소유하는 식으로 등록한다”며 “선박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선박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위험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이며 중요한 사업행위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진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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