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구온난화로 해외 일부 지역 해수면이 상승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설마 내가 사는 곳이 잠기겠어’라며 무시한다. 하지만 지구과학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이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향후 1000년 동안 지속되는 만큼 서기 3000년에는 남극대륙 빙상의 일부가 녹아 지구 해수면이 4m 이상 상승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심각성을 어떻게 일반인에게 각인시켜 친환경적 생활습관이 들게 할까.
○ 환경문제를 ‘디자인’하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대학생들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모에서 1등을 했다. KOICA는 올해 초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연구프로젝트를 공모했다.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은 아시아 지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국가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한국의 국제협력 사업이다.
우연히 공모 소식을 접한 대학생 김상우 씨(26·한국기술교육대 디자인공학과 4학년)는 후배 성새롬 씨(22·여·3학년)에게 프로젝트에 참가하자고 권유했다. 공모는 2인 1조로 팀을 이뤄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구하고 싶은 과제를 선정한 후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
이들은 초기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상했다. 혹은 기존 연구보고서처럼 환경정책이나 개선 방안 등을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일반인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쉽게 알리고 일상에서 항상 이 문제를 주지하게끔 만들자는 목표 아래 기후변화 문제를 자신들의 전공인 ‘디자인’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세부 주제를 ‘해수면 상승’으로 정한 후 육지가 얼마나 잠기는지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우선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해외 논문을 뒤졌다.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잠길 가능성이 높은 해발 10m 이하 땅은 전체 육지의 2%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사는 인구는 6억3400만 명이란 점을 감안해 해안선을 보유하거나 섬으로 이뤄진 국가 중 기후변화에 취약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후 국제자연보호연맹 홈페이지 등을 검색해 해당 국가에 있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자연 및 문화유산, 멸종위기 동식물, 습지 등을 찾았다. 필리핀은 필리핀 바로크양식교회, 투바타 암초해양공원, 인도네시아는 보로부두르 불교사원, 수마트라 열대우림지역 등을 선정했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추려낸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 동아시아 국가들의 복잡한 해안선을 일일이 그렸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은 섬이 각각 7000개, 1만 개가 넘어 며칠 밤을 새웠다. 해저로부터 각 지역의 높이를 분석한 후 해수면이 8m 상승했을 때 어디까지 잠기는지를 계산해 해당 국가 지도에 표시했다. 이후 물에 잠긴 지역의 세계문화유산과 멸종위기종 등은 기호로 표시하고 다양한 색깔을 입혀 ‘문양’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7 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우수상(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성 씨는 “이 디자인을 티셔츠 컵 스티커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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