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실세’ 비서실장 건설업체 불러 압력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송도 아파트 턴키공사 컨소시엄에 특정업체 참여시켜 달라”

김효석 인천시장 비서실장이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하는 아파트 턴키공사와 관련해 평소 친분이 있는 업체를 특정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인천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 실장은 2월 초순 A컨소시엄 관계자에게 시장 비서실로 와 만나자고 했다. 평소 송영길 인천시장과 ‘동반자’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실세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김 실장의 요청이었기에 A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면담 자리에서 김 실장은 A컨소시엄 관계자들에게 인천도개공이 송도국제도시(5공구)에 분양하는 RC-2 아파트 공사에 B건설사를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 A컨소시엄 관계자들이 B건설사를 컨소시엄에 넣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자 김 실장은 B건설사를 포함시키면 공사를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이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A컨소시엄은 전체 지분의 15%를 B건설사에 주고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

그러자 A컨소시엄에 참여한 인천지역 업체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B건설사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굴비상자를 건네 파문을 일으킨 업체. 이 때문에 대부분 공무원으로 구성된 턴키공사 심사위원들이 부담을 느껴 A컨소시엄이 공사를 수주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됐기 때문. RC-2 아파트 턴키공사 심사결과 발표(3월 17일) 보름 전부터 김 실장을 비난하는 흑색선전이 인천 시내에 나돌았고 A컨소시엄은 결국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김 실장은 지난달 중순 전화 통화에서 “나를 비방하는 문건이 나돌아 범인을 색출하고 있다”며 “A컨소시엄에 B건설사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송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한 건설회사 임원에게 하도급 공사를 특정업체에 주도록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건설회사 임원은 “송 시장 측근이 권유한 업체의 시공능력 등이 별로 좋지 않다”며 “하지만 하도급을 주지 않으면 앞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준공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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