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경산시 5급 공무원 김모 씨(54)가 최병국 경산시장의 공직 비리를 적은 문건을 친구에게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검찰과 경산시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감찰팀은 김 씨 친구인 A 씨로부터 이 문건을 확보했다. 감찰팀은 이 문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A 씨를 상대로 문건 입수 경위 등을 조사했다.
A4 한 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총 4가지의 비리가 차례로 적혀 있다. 우선 경산시 최모 과장이 시장 딸 결혼식에 축의금 1000만 원을 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계장 2명이 개인 계좌에서 약 3000만 원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시장에게 지급했다가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돼 있다. 이 중 한 명은 최근 팀장으로 직위 승진했다는 설명도 덧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경산 지역 한 기업체 대표가 국장 승진 대상자 김모 씨의 승진을 부탁하면서 수천만 원을 시장에게 줬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문건은 A 씨가 보관해 오다가 대검 감찰팀에 전달했다.
하지만 최 과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문건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최 시장도 측근을 통해 “인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건이 공개된 이날 경산시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자살 사건이 결국 시장 비리로 번졌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 공무원은 “평소 김 씨의 글씨체가 맞다”며 “망자가 오죽했으면 이런 문건을 남겼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산시의원은 “수년 전부터 인사와 관련해 금품이 오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앞서 경산시의회는 8일 제14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무원 자살 사건의 문제를 담은 ‘최근 시정운영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회는 성명서에서 “최근 비리 등의 혐의로 몇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아온 간부 공직자가 자살한 원인은 불합리한 인사제도 운영에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