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력장치 고장으로 고리 원전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된 데 대해 고리원자력본부 측은 이렇게 반응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지어져 노후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무리한 수명 연장으로 사고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이날 설계수명(30년)을 연장해서 가동 중인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부산지법에 제출하고 정치권에서 국내 원전 정책의 전반적인 검토를 요구하는 민감한 시점에서 나온 사고라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력장치인 ‘인입차단기’ 고장
고리 원전 1호기는 원전 원자로 외부 건물 터빈실 2층에 있는 ‘인입차단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후 8시 46분에 가동이 중단됐다. 원전에서는 자체 생산한 전기의 4∼5%를 내부 시설용으로 사용한다. 인입차단기는 원자로 이외의 시설로 흘러가는 전기를 제어하는 장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인입차단기에 전류가 과하게 흐르면서 고장났고 곧바로 원자로가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됐다”며 “현재 외부 전력이 연결돼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INS는 현장을 정밀 점검한 후 14일 이후 정확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에 고장난 인입차단기는 2006년에 교체한 것으로 현대중공업 제품이며 안전계통과는 관련이 적은 부분이다. 원전 측은 고장난 장치의 부품을 교체하면 정상 작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1857일 연속 운전…원전신화?
이번에 멈춰 버린 고리 1호기는 2005년 5월 10일 이후로는 연료 교체, 낙뢰 등에 의한 가동 중단 등을 제외하면 이달 11일까지 1857일 연속 운전을 한 셈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특히 1월 13일까지 국내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한주기(연료를 하나 다 때는 동안)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하기도 했다. 연속운전 등의 기록은 원전의 운전 정비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운영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하지만 원전업계에서는 언제부턴가 기록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운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연속운전 기록은 효율성도 보여주지만 안전을 무시한 운전을 드러내는 지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리원자력본부 측이 “두꺼비집이 내려간 정도의 경미한 고장”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원자력계의 한 관계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면 원자로 가동이 왜 중단됐겠느냐”면서 “모든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안전문화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 노후 원전 가동 중단 요구 거세져
고리 1호기 사고를 계기로 노후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전이 위치한 부산 울산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부산과 울산은 고리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20km 내외에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12일 부산지법에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에는 부산시민 97명도 동참했다. 부산변호사회는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 원전으로 사고 위험이 크고 교체되지 않은 부품이 많은 데다 원전 가동을 오래하면 외벽 등이 약해지는 현상이 생기는 만큼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여당, 야당, 무소속 등 재적 의원 23명 전원 합의로 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발의했다. 부산 북구의회도 고리 원전 1호기 가동 중단 및 폐쇄, 신고리 5∼8호기 추가 설치계획 백지화 등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리 1호기뿐 아니라 월성 1호기, 고리 2∼4호기, 영광 1, 2호기 울진 1, 2호기 등 20년 이상 운전한 노후 원전 9기에 대한 정책 재검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13일 1978∼2009년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1기의 고장·정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낙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분석을 포함해) 126회나 고장을 일으켜 가동을 중단했으며 비교적 새것인 울진 6호기도 벌써 두 차례나 정지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기자kyoutae@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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