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재력가 은행정보 입수… 인터넷뱅킹 개설후 4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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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사기단 4명검거 3명구속… 은행측도 신원확인 소홀

인터넷뱅킹 사기사건 공범인 조모 씨가 울산의 한 은행 지점에서 이체받은 돈을 현금으로 바꿔 챙겨 넣고 있다. 경찰청 제공
인터넷뱅킹 사기사건 공범인 조모 씨가 울산의 한 은행 지점에서 이체받은 돈을 현금으로 바꿔 챙겨 넣고 있다. 경찰청 제공
인터넷뱅킹을 잘 이용하지 않는 노년층 은행 우량고객의 정보를 입수한 뒤 피해자 명의의 인터넷뱅킹과 통장을 개설해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은행 내부에서도 접근하기 힘든 계좌 비밀번호까지 이들이 입수한 점에 주목해 유출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브로커를 통해 입수한 은행 우량고객 정보로 인터넷뱅킹을 신청해 기존 계좌의 돈을 이체하는 수법으로 총 4억2000만 원을 빼돌린 전모 씨(51) 등 일당 4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1월 말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브로커에게 300만 원을 주고 충남지역 재력가 이모 씨(61)의 은행 고객정보를 구했다. 여기엔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까지 있었다. 전 씨 일당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150만 원을 주고 이 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 전 씨의 친구인 조모 씨(60)의 주민등록증에 이 씨 개인정보를 그대로 넣은 것.

전 씨 일당은 이렇게 만든 가짜 신분증으로 2월 1일 울산의 한 시중은행 지점을 찾아가 피해자 이 씨 명의로 새 예금계좌를 개설한 뒤 인터넷뱅킹을 신청했다. 이후 이 씨의 기존 계좌에 들어 있던 3억 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해 모두 인출했다. 이들은 이 씨 외에 전남 순천시에서도 다른 피해자 계좌에 있던 1억2000만 원을 가로챘다. 전 씨 등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강원랜드 카지노 등지에서 도박을 하거나 술집을 드나드는 등 유흥비로 탕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노년층 고객만을 대상으로 삼은 점 외에 계좌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유출 사건은 많았지만 가장 민감한 금융정보인 계좌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은 흔치 않다”며 “이들 정보를 입수한 신원 미상의 브로커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기관에서는 이 같은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시로 자신의 금융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고객의 신원 확인을 위해 점검하는 게 신분증과 계좌 비밀번호 정도인데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유출되면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하지 않던 노년층 고객이 갑자기 인터넷뱅킹을 신청할 때엔 최초 거래 시 신분증 사본이 있는 계좌 원장까지 살피는 등 은행 측에서도 철저히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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