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도서) 중 유일본 8권을 포함한 1차 반환분 75권이 145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이들 1차 반환분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OZ502편)를 통해 14일 낮 1시49분경 인천공항에 도착, 세관 통관 절차 등을 거쳐 오후 무진동 특수차량에 실려 4시5분경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들 의궤는 5개 유물 박스에 담긴 그대로 박물관 수장고에 입고(入庫)됐다.
프랑스 현지시각 4월13일, 한국시각 14일 오전 3시10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출발한 외규장각 도서가 10시간 40분간의 여행 끝에 마침내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1차분 반환과 관련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도서가 5년 단위로 갱신하는 '대여'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이는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적 관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모두 고려한 가운데 도출한 결과로, 분명히 실질적인 환수"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특히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를 많은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도록 7월19일부터 9월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추후 외규장각이 있던 강화도를 포함해 전국 순회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반환 도서의 박물관 입고식에 참석한 엘리자벳 로랭 주한 프랑스대사는 "오늘은 대단히 역사적인 날이며 양국 국민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명하는 이번 합의는 예외적 성격으로 다른 상항에 원용되지 않는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차 반환 도서를 포장한 5개 유물 박스는 컨테이너 2개에 나뉘어 실린 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을 아시아나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컨테이너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흰색 작업복을 입은 지상조업사 직원들에 의해 비행기에서 내려져 곧바로 특수운반 차량에 실린 뒤 2.5㎞ 떨어진 화물터미널로 이동했다.
화물터미널에서는 통관 절차에 이어 컨테이너에서 도서가 든 유물 상자를 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20여분간의 작업 끝에 지게차에 실려 컨테이너에서 빠져나온 유물 상자는 곧바로 무진동 특수차량에 실려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해 떠났다.
이번 1차 반환을 시발로 파리 국립도서관의 외규장각 의궤류 296권은 5월 27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돌아온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한공이 무료로 번갈아 수송한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왕실도서관인 외규장각에서 약탈한 도서는 1978년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가 297권을 발굴해 공개하면서 존재가 알려졌으며 1991년 서울대가 공식적으로 그 반환을 요구한 지 20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반환 대상 중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 상권 1책은 1993년 9월15일 한국을 찾은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반환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은 지난해 11월12일 G20 서울정상회의 기간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년 단위의 갱신이 가능한 '임대' 방식의 반환에 합의함으로써 타결점을 찾았다.
이어 실무협상을 통해 정부 간 합의문에 서명한 데 이어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 간 약정으로 최종 반환 일정이 조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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