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4년째 연구원으로 일하며 충남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나임 하솔리 씨(42·Naim Hasolli)는 한국에 사는 유일한 코소보 사람이다. 그는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2007년 3월 세 번째로 한국 땅을 찾았다. '한국'이란 나라를 알게 된 지는 벌써 16년째. 그는 "한국에서 유일한 코소보인으로 혼자 지내다보니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길에서 코소보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세르비아계가 알바니아계를 박해하기 시작하자 그는 다니던 대학과 고향을 떠나 무작정 독일로 피신했다. 독일에서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막노동을 하던 그는 겨우 입학한 어학원에서 한국인 여학생을 만났다. 그녀가 만들어 준 음식, 들려준 음악은 그를 한국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에게 선물받은 한국어 여행사전으로 틈틈이 한국어를 익혔고 영화 '편지'와 '넘버3'를 보며 한국문화를 접했다.
그는 독일 파데르보른 대학에 입학한 뒤 1998년 6개월간 부산 동의대에, 2001년 한 해 동안 삼척대에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다. 당시 삼척대에서 열린 미래에너지 국제심포지엄에서 만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영옥 박사는 평생의 은사(恩師)가 됐다. 박 박사는 그에게 어학연수를 마친 뒤 연구원으로 와 6개월간 실습을 하라고 권했다. 이후 독일로 돌아가 석사학위를 받은 그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먼저 제의한 것도 박 박사였다.
하솔리 씨가 연구하는 분야는 발전소에서 쓰이는 가스터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그는 "앞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쳐 한국의 에너지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귀화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훗날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하나임'이라는 한국 이름도 이미 생각해 뒀다.
하솔리 씨는 "돼지고기를 못 먹어 삼겹살 회식 자리가 괴롭다"고 말하는 이슬람교도지만 틈날 때마다 산사(山寺)를 찾아 사진을 찍는다. "산과 어우러진 한국의 사찰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절에는 한국인 친구의 고향에 내려가 함께 송편을 빚고 가야금 소리가 좋아 1년째 가야금 연주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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