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가 15일 한 전 청장을 총 81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뇌물공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1월 차기 국세청장 후보 경쟁자를 배제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추상화 ‘학동마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건넨 데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측근 장모
씨를 통해 국제갤러리에서 ‘학동마을’을 500만 원에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감정 결과 그림을 전달할 당시 가격이 1200만
원에 이른다고 보고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이 그림이 한 전 청장의 부인을 통해 전 전 청장의 부인에게 전달됐고 전 전 청장은
뇌물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했다.
또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머물던 2009, 2010년 K사 등 주정업체 3곳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6900만 원을 뇌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했다. 주정업체들이 현직 국세청 간부인 구 씨의 요구로 돈을 건넨 만큼 한 전 청장을 구 씨와 뇌물수수의
공범관계로 본 것. 그러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구 씨는 기소하지 않았고 주정업체들도 피해자로 봐 기소하지 않았다. 한 전
청장에게 대기업 계열사인 H, S사 등 7개 기업이 자문료 명목으로 건넨 6억5100만 원에 대해선 한 전 청장이 직접 자문계약을
체결했고 현직 공무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대기업에서 받은 거액의
돈은 무혐의 처분하고 중소규모의 주정업체에서 받은 돈만 뇌물로 본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림 로비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고 해외로 나간 전직 국세청장에게 거액의 자문료를 준 것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데도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이 밖에 검찰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주인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임을 입증하는
전표를 발견했지만 한 전 청장이 덮었고, 국세청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이상득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가까운 지역 유지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한 전 청장이 기소됨에 따라 2000년 이후 재임한 국세청장 8명 가운데 손영래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에 이어 한 전 청장까지 절반이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서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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