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대 분규 ‘청와대 개입’ 공방… 靑-경찰 “부당한 일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설립자측 “영부인 사촌오빠가 수사 압력”…
총학생회 “사학비리 본질 흐리는 물타기”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서일대가 청와대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설립자 측은 대통령민정수석실 개입설을 주장하는 반면 청와대와 경찰 및 해당 대학 총학생회 측은 “사학 비리라는 사건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서일대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이용곤 씨(75)의 아들 이문연 씨(45)는 “1월 초 아버지와 서일대 재단인 세방학원 김재홍 이사(72)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가 김 이사에게 홍차를 끼얹었다”며 “이후 1월 12일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집에 찾아와 (김 이사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했다”고 15일 주장했다. 김 이사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다. 문연 씨는 또 “‘홍차 사건’ 이후인 2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청의 서일대 감사 및 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서일대는 2000년 이 전 이사장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관선 이사가 파견됐으며 2009년 정상 체제로 돌아왔다. 김 이사는 이때 세방학원 이사로 취임했으며 이 전 이사장 아들인 문연 씨의 이사장 취임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담당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1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에서 “네가 영부인 오빠면 다냐. 왜 내 일에 반대하느냐”며 아들의 이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김 이사에게 홍차를 끼얹으며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해당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공개된 호텔에서 해프닝이 있었다’며 통보해 왔다”며 “청와대 측은 설립자 이 씨를 만난 자리에서 ‘위법 사실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환기시켰을 뿐 이사장 측이 주장하는 ‘사과 종용’ 등 부당한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이사장이 한국게이트볼협회장을 지내며 1억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경찰도 “서일대 비리 관련 제보가 있어 수사를 시작한 것일 뿐 청와대의 ‘하명’은 없었다”며 “(설립자 측이) 경찰 소환 조사가 다가오자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락 서일대 총학생회장은 “김 이사가 이 전 이사장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했던 것이 자신의 배경을 믿고 압력을 행사한 것처럼 외부에 잘못 비치고 있다”며 “이 전 이사장 등 설립자들의 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이르면 18일 교수협의회 및 교직원노조 등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17일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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