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짜리 위조수표 일당 14명 검거

2월에 감별기 통과 현금화… 경찰, 3억3000만원 회수

시중은행의 위조수표 감별기를 통과한 변조 수표를 만들어 현금화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10만 원 일반권 자기앞수표를 2장 발행한 뒤 수표 일련번호와 액면가를 고쳐 10억 원과 20억 원짜리 수표로 바꿔 현금화한 혐의로 총책 이모 씨(39) 등 14명을 붙잡고 이 중 이 씨와 인출책 김모 씨(49) 등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 신한은행 이대역 지점에서 위조수표를 제시하고 각각 10억 원과 20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이들이 범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치밀한 위조 수법이 한몫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흔히 위조수표 감별을 위해 수표 용지만 검사하는데 이들은 실제 일반권 자기앞수표를 발행해 수표 위의 일련번호와 금액을 변조하는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110만 원짜리 수표도 10억 원이나 20억 원짜리 수표처럼 금액이 원래 찍혀 있지 않고 발행할 때마다 새로 찍는 허점을 노린 것. 이들 일당은 부동산 임대업자 이모 씨(64)에게 접근해 “수수료를 줄 테니 20억 원 수표를 발행해 한 달 동안 가지고 있고 사본을 건네달라”고 말했다. 사채업 등에서는 은행 잔액 조회를 위한 일시 통장 개설이나 일시 수표 발행 등이 흔한 편이다. 이들 일당은 이 사이에 위조수표를 만들어 범행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표 위조책이 아직 잡히지 않아 구체적인 수표 위조 수법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3억3000만 원가량을 발견해 압수했으며 나머지 돈의 행방도 찾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