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산(해발 120m)은 시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 휴식처다. 야트막한 봉우리 12개가 이어진 이 산은 ‘남산 12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산 봉우리에는 정자가 하나 서 있다. ‘남산루’다. 2008년 건립 당시 ‘은월루’로 불렸으나 지난해 이름이 바뀌었다.
이 정자는 김두겸 남구청장이 2007년 11월 아파트 건설사에 건립비 5억 원을 부담시켜 지었다. 이후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사업을 중단했다. 울산지검은 이와 관련해 수사에 들어갔다. 건설사 자금흐름을 조사하던 검찰은 5억 원이 정자 건립비로 지출된 사실을 밝혀내고 김 구청장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김 구청장은 “개인이 이익을 취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해 건립비를 요구한 것”이라며 뇌물수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25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구청장은 이날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2심은 결과가 달랐다. 지난해 9월 8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구청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각 기부를 권유한 것으로 남구 주민의 편의와 자긍심 고취를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 심리로 14일 열린 상고심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김 구청장은 “수도권 등지에 본사를 둔 건설사가 지방에서 수천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외지인을 고용하고 이익마저 모두 가져간다면 지역 주민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며 “이번에 유죄가 선고됐다면 기업체 기부문화가 상당 부분 위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을 위한 단체장 기부 요청은 무죄’라고 정리한 남산루 사건. 시민들은 이를 계기로 기업체 사회공헌이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오늘도 남산을 찾는 많은 시민은 남산루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태화강을 바라보며 땀을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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