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보이스피싱’ 대학교수도 낚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농협직원 사칭 3억대 사기

“A 대학 김 교수님이시죠. 농협 직원입니다. 통장이 해킹당했으니 잘 들으세요.”

지방 국립대 김모 교수(56·여)는 최근 대규모 전산장애 사태를 겪고 있는 농협 직원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사람은 “확인이 필요하니 지금 즉시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부르고 (사고를 막기 위해) 통장에 있는 돈을 불러주는 금융감독원 계좌로 모두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김 교수는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말해준 뒤 1000만 원을 불러준 계좌에 입금했다.

잠시 후 송금했던 1000만 원이 다시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한 김 교수는 안심하고 이 사람의 지시에 따라 4일 동안 총 2억 원을 나누어 송금했다. 그리고 이 중 일부 금액은 김 교수의 통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김 교수가 받은 돈은 자기 돈이 아니었다. 이 괴한은 김 교수로부터 송금 받은 돈은 가로채고 김 교수가 불러준 카드번호로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입금했다. 김 교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예금 2억여 원을 잃은 것 외에도 자신도 모르게 대출 빚까지 떠안게 된 것. 돌려받지 못한 돈을 합쳐 김 교수의 피해액은 총 3억4000여만 원에 달했다.

이 괴한은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처에서 퀵서비스로 배달시켰다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배달원의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9일 농협 직원을 사칭해 김 교수를 포함해 모두 10명에게서 3억9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중국동포 손모 씨(33)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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