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 가중처벌 ‘존속살해죄’ 조항 삭제 논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패륜범 느는데… 유지해야” vs “살인죄로도 충분… 없애야”
법무부, 형법개정 시안 논의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의 ‘존속살해죄’ 조항의 삭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존속살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포함한 형법 개정시안을 논의하고 있다. 법학자와 법조계 인사 24명으로 구성된 특위는 2007년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로 제정 이후 50년이 지난 형법을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하기 위해 출범했다.

특위에서는 존속살해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론자는 출생과 혈연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는 현행 조항이 법적으로 불평등하고 살인죄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고려할 때 직계비속이라는 신분 때문에 다른 범죄자보다 무겁게 처벌받는 것은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존속론자는 존속살해죄를 폐지하면 효(孝)를 중시하는 전통 사상에 역행하거나 여전히 끊이지 않는 패륜 범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존속살해죄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유기징역 상한을 높인 개정 형법이 지난해 10월 시행돼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경합범 가중 시 5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량은 재판 단계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같은 이유로 존속상해죄와 존속폭행죄도 모두 폐지하고 일반상해, 폭행 조항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존속살해죄는 일반 살인죄보다 반윤리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헌법재판소가 2002년 ‘존속상해치사가 인륜에 반하는 행위로 엄벌하는 것은 우리 윤리관에 비춰 아직은 합리적’이라며 재판관 전원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성균관 측은 “인륜을 거스른 패륜범죄는 일반범죄와 다르고 존속살해 규정의 예방적 교육적 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특위에서 만든 개정시안을 토대로 작량감경 제한 등을 담은 형법총칙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으며 살인죄 등 각칙도 특위 개정시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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