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 22조 원을 들여 공사 중인 4대강 유역이 투기성 난개발(亂開發) 공격 앞에 보호막을 잃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주변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탓이다.
국토해양부는 19일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구역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달 말 발효된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4대강 양쪽 2km 이내를 50% 이상 포함하는 친수구역을 최소 10만 m² 이상 크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친수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건물의 신축이나 수리, 용도 변경은 물론이고 인공 구조물의 설치, 흙이나 바위 등의 채취, 토지의 형질 변경, 야적, 경작, 재배 등을 모두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해 무원칙한 개발을 차단할 수 있다.
또 친수구역을 지정해 벌이는 사업으로 얻게 되는 개발이익 가운데 90%를 공공이 가져가도록 했다. 이 돈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8조 원의 부채를 지게 된 한국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이날 의결된 시행령에는 국지적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니 친수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구절이 빠져 있다. 당초 1월 국토부는 이 시행령 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소규모의 난개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축구장 4개 넓이인 3만 m² 이상의 ‘미니 친수구역’을 예외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또는 도시개발사업지구의 경우 해당 구역이나 지구 안쪽은 철저한 보존이나 체계적 개발이 이뤄지지만 그 외곽이나 인근 지역에서는 자주 무원칙한 개발이 진행됐다는 과거 사례가 ‘미니 친수구역’ 지정의 의도였다.
문제의 구절이 삭제된 것은 법제처가 심사할 때 상위법인 친수구역특별법이 친수구역의 크기만을 위임했기 때문에 시행령에 ‘소규모 난개발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넣을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다만 낙후지역 개발의 필요가 있을 때는 ‘미니 친수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구절은 남았다.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은 친수구역특별법이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시행령에서 소규모 난개발의 확산을 막는다는 구절이 빠졌지만 기존의 법령을 통해 마구잡이 개발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입법예고 당시 하천법과 도시개발법 등을 통한 규제만으로는 투기성 개발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다며 친수구역 지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정반대 논리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기존 법령과 제도로 소규모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 체제 아래서도 개발될 만한 곳은 모두 개발되다시피 했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체를 반대하더라도 사업 이후의 강이 잘 관리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을 텐데 이마저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강 주변 지역주민들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4대강 사업 초기에 비해서는 개발 기대감이 줄어들었지만 소규모 난개발을 막는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기적 개발이 진행된다면 개발이익을 소수가 독점하는 상황도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소규모 난개발 확산 방지라는 목적이 빠졌기 때문에 친수구역특별법 시행령이 당초의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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