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山 계곡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국립공원硏 실태 조사


따듯한 봄 날씨에 겨울철 줄었던 등산객이 다시 늘고 있다. 특히 주말인 16, 17일 수도권에 위치한 북한산은 사람들로 넘쳤다. 하지만 요즘 북한산을 찾는 탐방객들은 “예전에는 계곡에 가재나 물고기가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산 계곡에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 계곡 4곳 중 3곳에 물고기 1종만 살아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난해 구기계곡 평창계곡 진관계곡 등 북한산국립공원 내 계곡 20곳과 습지 1곳을 조사한 결과 해당 계곡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는 버들치 모래무지 피라미 쌀미꾸리 꺽지 등 8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한 계곡의 75%에 해당되는 계곡 15곳에는 민물고기 1종(버들치)만 서식하고 있었다. 버들치는 몸체가 길며 옆으로 납작한 민물고기로 주로 계곡이나 강의 상류에 서식하며 작은 곤충을 먹는다.

또 한반도 고유종 민물고기인 꺽지, 머리가 길고 뾰족한 모래무지는 계곡 1곳에서만 발견됐다. 피라미는 삼천사계곡과 북한산성계곡, 잉엇과인 참갈겨니는 우이령계곡 회룡계곡 등 단 2곳에만 서식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로 향후 북한산 계곡에 사는 물고기가 아예 전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북한산 생물다양성 크게 떨어져

환경전문가들은 “북한산의 생물다양성이 이미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생물다양성이란 좁은 의미로는 생물의 종류, 넓은 의미로는 여러 생명체가 다양하게 상호 작용하는 생명현상을 총칭한다.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면 토양침식, 쓰레기 자정활동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인간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국립공원연구원 이승록 연구원은 “지난해 함께 조사한 설악산의 계곡에는 물고기 35종이 서식하고 있었다”며 “북한산의 생태 환경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요 명산의 계곡에는 최소 16종 이상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리산 31종, 내장산 25종, 치악산 21종, 속리산 27종, 월악산 27종, 오대산 26종, 월출산 18종 등 대부분 지역에서 20종 이상의 민물고기가 발견됐다.

북한산 계곡에 민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연구원 측은 “북한산 인근 지역의 개발과 오염으로 서식처가 줄어들고 어류가 이동할 수 있는 물길이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산국립공원 경계 지역에 위치한 하천과 북한산 내 계곡이 연결돼야 하천의 물고기가 계곡으로 올라가는 등 교류가 발생하고 물고기도 다양해진다”며 “하지만 북한산 인근 하천이 대부분 복개된 데다 각종 시설이 많고 오염이 발생해 환경적으로 어류가 서식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죽어가는 북한산을 살리는 방법은?


환경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탐방객도 북한산 생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3년 470만 명이던 북한산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2005년 507만 명, 2007년 1019만 명으로 5년 동안 2배 남짓 늘었다. 이후 2009년 865만 명, 2010년 850만 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지난해 8월 북한산 둘레길이 개통되면서 추가로 180여만 명이 방문하는 등 전체적으로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북한산을 찾고 있다.

탐방객이 급증하면 등산로 침식과 야생 동식물 서식환경 악화 등 자연적으로 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지성희 활동팀장은 “탐방객이 너무 많아 다른 산보다 훼손이 심한 만큼 미리 예약한 사람만 등반이 가능한 ‘탐방예약제’나 한 달에 한 번 북한산 등반을 금지하는 ‘국립공원 휴식제’ 등을 도입해 탐방객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산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탐방객 출입을 금지하는 ‘특별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지만 전체 계곡의 10%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북한산 탐방객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 입장료를 재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거 북한산에 입장하려면 16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2007년 1월 이 제도가 폐지됐고, 이후 탐방객이 급격히 늘어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재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지난달 발주했다”며 “연말에 연구결과가 나오면 입장료 재징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둘레길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만 입장료를 받는 방식도 모색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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