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는 정보기술(IT) 핵심 요직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잘못된 인사도 한몫했다. 24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 전산망을 통제, 관리하는 IT본부분사의 정종순 분사장과 농협 IT 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의 김명기 대표는 IT 부서 근무경력이 전무한 비전문가다.
정 분사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해 전남 장흥군지부장, 영광군지부장, 광주지역본부장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강원 양구군지부장, 총무부장, 강원농협본부장, 축산유통담당 상무 등을 맡았다.
농협 안팎에서는 2008년에 물러난 김광옥 전 IT본부분사장(현 IBK시스템 사장)의 퇴임이 시스템 부실을 가져온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분사장은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1981년 농협 입사 이후 전산부장, 농협정보시스템 사장, IT본부분사장 등을 지낸 전산전문가로 농협의 IT 선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퇴임 이후 경영기획 출신의 김일헌 상무(현 충북지역본부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정 분사장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비전문가가 뒤를 이었다.
농협의 IT본부분사장은 농협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이 자리는 IT 인력이 내부 승진해 올라가는 최고위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농협에서는 상무 승진 초임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는 19일 농협 임시 이사회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들은 정 분사장이 비전문가임을 들어 이번 사태가 인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의 소행이 아닌지 추궁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인력관리나 경영능력을 고려하고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IT본부분사의 부장급과 농협정보시스템 IT담당 상무(중앙회 부장급) 등은 오랜 기간 IT 분야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라고 해명했다.
농협 IT 인력의 잦은 순환보직이 전문성을 키우는 데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농협의 IT 보안인력의 평균 경력은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농협 IT본부분사 정보보안팀 보안담당자 11명의 평균 보안 경력은 3.6년으로, 하나은행(12년), 신한은행(7.8년), 외환은행(7.8년), 국민은행(6.6년) 등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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