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편법 인출’ 일파만파]부산저축銀 ‘도덕적 해이+봐주기+불감증’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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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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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만 빼가고… 법 어겨가며 내주고… 금감원은 손놓고…

부산저축은행그룹 소속 저축은행 다섯 곳과 보해 도민 등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직전에 일어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저축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정보유출 불감증’, 감독당국의 ‘봐주기 검사’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전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고 감독당국의 신뢰 또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검찰 금융감독당국 등이 사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방위 조사에 나선 것도 이번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VIP 고객만 찾아간 예금”


정부가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목은 ‘VIP 고객의 예금 인출’ 여부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밤 이른바 ‘VIP 고객’ 30여 명을 따로 불러 예금을 인출해준 것으로 알려지자 예금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상자는 주로 본인과 가족 등 2개 이상의 통장을 갖고 있으면서 통장당 1억 원 이상의 예금을 넣어둔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산저축은행의 임직원들이 친인척 명의의 예금을 임의로 해지하고 지급한 사실에 대해서도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특혜 예금인출은 선량한 예금자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상의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정부가 예금보험기금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장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실비율에 따라 지급받게 된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처럼 예금이 많은 VIP 고객과 임직원의 친인척들이 미리 예금을 빼면 나머지 예금주에게 돌아올 몫이 적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7개 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등 올해 들어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 8곳의 5000만 원 이상 예금자는 3만7495명이며 예금보장한도(5000만 원)를 넘어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2537억 원에 이른다.

○ 불법도 서슴지 않은 예금인출


예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직원들이 예금주의 실명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정한 금융실명제법을 어긴 채 임의로 통장을 해지하고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선량한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인척, 지인, 유력인사 등의 예금을 챙겨주기 위해 직원들이 ‘집단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사건으로 금융실명제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불법적인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적인 예금인출 사건이 부산저축은행 한 곳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 대전 중앙부산 보해 등 저축은행 다섯 곳에서 영업이 정지되기 전날 오후 4시부터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날 오전 9시까지 빠져나간 예금 중 약 72%는 중도 해지된 것이었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이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예금부터 빼내려는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과정에서 VIP 고객, 임직원 친인척 예금부터 불법적으로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 금융당국의 안일한 태도


금감원의 안일한 업무 자세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 등에 영업정지 신청서를 내도록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보 유출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영업 정지 조치를 내리는 방식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업정지 전부터 무더기 예금인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에 금감원 감독관 3명이 있었는데도 불법 예금인출을 막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도 금융당국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질타했다. 영업정지 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좀 더 많은 직원을 파견해 객장과 전산망을 장악했으면 불법 인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제창 의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금감원은 단지 3명을 파견한 데다 불법 인출이 이미 한참 진행된 오후 8시 반이 돼서야 문제를 파악한 것 같다”며 “도둑들에게 너무나 많은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질책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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