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멸종위기 1급 ‘토종여우’의 비밀 수십년된 박제속 DNA로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환경부 복원사업 새 전기

토종여우 박제에서 추출한 DNA와 러시아,중국 여우 등의 DNA를 비교한 결과 지역에 따른 유전적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다. 토종여우는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등 장거리를 이동하며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반달가슴곰에 이어 멸종위기1급인 ‘토종여우’ 복원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8억 원)을 책정하는 등 최근 본격적인 토종여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 1월 12일자 A23면 참조
멸종위기종 한반도 ‘토종여우’ 복원한다


○ 박제 속 DNA에서 비밀 밝혀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6일 “국내 대학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수십 년 된 토종여우 박제에서 DNA를 추출해 한반도 토종여우 원종의 유전적 특징을 최초로 밝혀냈다”며 “한반도 토종여우는 중국 러시아 등 장거리를 이동하며 동아시아 전역에서 살아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토종여우는 ‘붉은여우’ 종으로 머리와 몸통 60∼90cm, 꼬리 34∼60cm, 어깨 높이 30∼40cm의 크기에 몸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다. 과거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1960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토종여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여우 원종’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토종여우는 2004년 강원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된 후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는 등 거의 멸종 상태인 데다 제대로 된 연구자료조차 없어 ‘토종여우가 과연 어떤 여우인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복원을 하려면 일단 한반도 토종여우가 유전적으로 어떤 여우인지, 중국 러시아 여우 등과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혹은 사는 장소만 다를 뿐인지를 정확히 규명한 후 원종의 암수 개체를 구해 자연에 방사해야 한다”며 “자칫 토종여우가 아닌 다른 종을 데려다 복원할 경우 복원사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생물자원관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연구진은 이화여대 경희대 등 대학 자연사박물관에서 1960, 70년대에 잡힌 토종여우의 박제 3개체를 찾아내 DNA를 추출했다. 또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 동면 덕곡리 야산에서 자연사한 여우 수컷 사체에서도 DNA를 뽑았다. 수십 년 된 박제의 털에서 DNA를 추출하기란 쉽지 않았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유정남 연구원은 “살아있는 개체의 싱싱한 털이나 피부조직에서 DNA를 뽑으면 그 자체가 길고 끊어지지 않아 분석하기 쉬운데 박제의 경우 DNA가 끊어져 나온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 DNA에서 짧은 길이의 ‘미토콘드리아 DNA’만을 선별적으로 추출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 중국 러시아 여우와 흡사

연구진은 토종여우 박제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후 추가로 러시아 여우 3개체, 중국 여우 6개체, 북한산 여우 2개체, 서울대공원에 있는 붉은여우 5개체 등 16마리의 혈액, 간, 모근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해 비교분석했다. 또 미국 유전자은행에 등록된 일본 캐나다 여우 DNA와도 비교했다.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여우 총 20개체에서 9개의 유전자형이 나왔다. 9개의 유전자형은 국가 등 지역에 따른 유전적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전적 특징들이 혼합돼 있었다. 즉 토종여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생기는 유전적 변이가 없어 중국 여우, 러시아 여우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 여우, 일본 여우와는 유전적 차이가 뚜렷했다. 유 연구원은 “토종여우가 중국과 러시아 등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서식해 왔다는 것”이라며 “토종여우의 정의가 생태학적 차이가 아닌 지역적 차이로 규정된 만큼 동아시아 여우를 토종여우로 규정해 복원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환경부는 연말까지 여우 한두 쌍을 소백산(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시험방사할 계획이다. 환경부 정연만 자연보전국장은 “서울대공원 내 여우나 중국 러시아 여우를 들여와 모니터링을 거쳐 번식력, 생존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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