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6일 “국내 대학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수십 년 된 토종여우 박제에서 DNA를 추출해 한반도 토종여우 원종의 유전적 특징을 최초로 밝혀냈다”며 “한반도 토종여우는 중국 러시아 등 장거리를 이동하며 동아시아 전역에서 살아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토종여우는 ‘붉은여우’ 종으로 머리와 몸통 60∼90cm, 꼬리 34∼60cm, 어깨 높이 30∼40cm의 크기에 몸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다. 과거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1960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토종여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여우 원종’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토종여우는 2004년 강원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된 후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는 등 거의 멸종 상태인 데다 제대로 된 연구자료조차 없어 ‘토종여우가 과연 어떤 여우인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복원을 하려면 일단 한반도 토종여우가 유전적으로 어떤 여우인지, 중국 러시아 여우 등과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혹은 사는 장소만 다를 뿐인지를 정확히 규명한 후 원종의 암수 개체를 구해 자연에 방사해야 한다”며 “자칫 토종여우가 아닌 다른 종을 데려다 복원할 경우 복원사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생물자원관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연구진은 이화여대 경희대 등 대학 자연사박물관에서 1960, 70년대에 잡힌 토종여우의 박제 3개체를 찾아내 DNA를 추출했다. 또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 동면 덕곡리 야산에서 자연사한 여우 수컷 사체에서도 DNA를 뽑았다. 수십 년 된 박제의 털에서 DNA를 추출하기란 쉽지 않았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유정남 연구원은 “살아있는 개체의 싱싱한 털이나 피부조직에서 DNA를 뽑으면 그 자체가 길고 끊어지지 않아 분석하기 쉬운데 박제의 경우 DNA가 끊어져 나온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 DNA에서 짧은 길이의 ‘미토콘드리아 DNA’만을 선별적으로 추출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 중국 러시아 여우와 흡사
연구진은 토종여우 박제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후 추가로 러시아 여우 3개체, 중국 여우 6개체, 북한산 여우 2개체, 서울대공원에 있는 붉은여우 5개체 등 16마리의 혈액, 간, 모근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해 비교분석했다. 또 미국 유전자은행에 등록된 일본 캐나다 여우 DNA와도 비교했다.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여우 총 20개체에서 9개의 유전자형이 나왔다. 9개의 유전자형은 국가 등 지역에 따른 유전적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전적 특징들이 혼합돼 있었다. 즉 토종여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생기는 유전적 변이가 없어 중국 여우, 러시아 여우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 여우, 일본 여우와는 유전적 차이가 뚜렷했다. 유 연구원은 “토종여우가 중국과 러시아 등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서식해 왔다는 것”이라며 “토종여우의 정의가 생태학적 차이가 아닌 지역적 차이로 규정된 만큼 동아시아 여우를 토종여우로 규정해 복원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환경부는 연말까지 여우 한두 쌍을 소백산(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시험방사할 계획이다. 환경부 정연만 자연보전국장은 “서울대공원 내 여우나 중국 러시아 여우를 들여와 모니터링을 거쳐 번식력, 생존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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